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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봉중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늘(30일) 개봉한다.
이미 칸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봉 감독의 7번째 장편인 영화는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가족희비극이다.
봉준호 감독 스스로 "한국인이라야 100% 이해할 것"이라고 밝혔을 만큼 한국적인 뉘앙스가 가득하면서도 자본주의의 극심한 빈부격차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고도 통찰력 있게 담아내 극찬을 받았다.
입주 과외 같은 지극히 한국적 상황을 설정했지만 그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회 양극화라는 문제점을 파고들어 보편성을 확보했다. 외국인들은 과외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사회 계층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가족의 갈등과 대립은 충분히 받아들인 것. 여기에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 수식어가 필요 없는 신구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대한 봉 감독의 날카로운 통찰, 씁쓸한 탄식 그리고 애정이 녹아 있는 현실적인 희비극. 섬세하고도 오락적인 동시에 예술적인, 진정 봉준호 월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이상생 또는 공생이라는 인간다운 관계가 무너져 내리고, 누군가 누구에게 기생해야만 하는 서글픈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그런 세상 한복판에서 발버둥 치는 어느 일가족의 난리법석 생존투쟁을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기생충’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가 있을까.
애초부터 기생충인 사람은 없다. 그저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의 이웃, 친구, 동료들이었을 뿐. 영화는 이토록 평범했던 이들의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를 통해 인생의 뒤엉킨 희극과 비극을 이야기한다. 도무지 멈출 수 없는 이들의 맹렬한 이야기에, 봉준호의 세계에서 헤어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 속에는 그동안 현실에 대한 발언을 담아 온 봉 감독의 절규와 실소, 그럼에도 끝까지 놓을 수 없는 희망이 (그의 작품 사상) 가장 뜨겁고도 차갑게 담겼다. 풍성한 볼거리와 풍자적인 서스펜스, 완벽한 드라마가 그의 천재성을 제대로 입증한다.
한편, ‘기생충’은 이날 국내 개봉을 시각으로 연말까지 7개월여 동안 전 세계 ‘개봉 로드쇼’도 예정돼 있는 상태다. 6월 5일 프랑스를 시작으로 20일 홍콩·마카오, 27일 싱가포르·말레이시아·브루나이·베트남, 28일 대만, 8월 초 체코·슬로바키아, 11월 22일 북미, 12월 중 헝가리·이탈리아에서 연쇄 개봉한다. 총 제작비는 15
칸을 사로잡은 ‘기생충’이 국내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 지, 황금종려상의 영예가 흥행 돌풍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나아가 그 너머에는 무엇이 더 있을지 기대는 한 없이 치솟고 있다. 오늘부터 만날 수 있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