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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곧다. 타협하지 않은 우직함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처 제대로 가고 있는 지 되돌아 볼 새도 없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바로 ‘증인’이다.
아픈 아버지를 위해 결혼도 미룬 채 오로지 일에 매진해 온 변호사 순호(정우성)는 신념을 접고 보다 속세적인 성공을 쫓아 대형 로펌에 가 신임을 얻게 된다. 그리고 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하지만 알고 보니 지우는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처음엔 어려움을 겪지만 점차 나이와 장애의 유무 차이를 넘어 지우와 소통하고 이해하게 된 순호, 그러나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연출로 풀어내 사랑 받아 온 이한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반항아 ‘완득’과 오지랖 선생 ‘동주’의 특별한 멘토링을 다룬 ‘완득이’, 아무 말 없이 세상을 떠난 14살 소녀 ‘천지’가 숨겨놓은 비밀을 찾아가는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다문화 가정, 학교 폭력 등 관계의 상처를 담아왔다면 이번엔 사건의 변호사와 목격자로 만난 두 인물을 통해, 그리고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한 어른의 성장기를 통해, 진정한 교감이 만들어 낸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 지를 보여준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인물이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통해 특별한 감동을 자아내고, 자극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채 한 정성스럽고도 성실하게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소소한 웃음과 잔잔하지만 묵직한 휴머니즘, 치열한 논리 싸움이 선사하는 긴장감도 있다.
근래 유독 거칠고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온 정우성의 부드럽고 편안한 매력을 오랜 만에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 자폐 소녀로 분한 김향기 역시 사랑스럽고도 맑은, 그러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연기로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낸다.
당연한 것이 전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가치에 대해 진정성을 담아 덤덤하게 풀어냈다. 미처 몰랐던 아픈 자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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