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걱정 없이 막 밟고, 잘 달리는 차야말로 최고의 차 아닌가”
시승을 마친 한 기자가 CR-Z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꽤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짧은 시승 코스를 아쉬워하는 듯 했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혼다코리아가 재도약의 초석으로 국내에 출시한 스포츠 하이브리드카 CR-Z를 시승했다.
◆ 날렵하게 잘 빠진 외모…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CR-Z은 둔해 보이지 않는다. 친환경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 차량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3도어의 날렵한 해치백 스타일은 현대차의 벨로스터나 폭스바겐의 시로코와 유사하다.
CR-Z의 길이는 4080mm, 너비는 1740mm, 높이는 1395mm이며 휠베이스는 2435mm다. 휠은 16인치이고 공차중량은 1215kg이다. 2인승이므로 크기는 다소 길이나 휠베이스는 다소 짧지만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차 답게 넓고 낮은 차체도 인상적이다.
앞모습에서는 다이내믹한 범퍼 하단의 모습과 무난한 듯 보이지만 뇌리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헤드램프, 볼륨감 넘치는 보닛이 특징이다. 공기역학을 위해 A필러를 최대한 낮춘 모습에서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뒷범퍼도 볼륨감이 넘친다. LED 테일램프를 장착해 시인성과 미적인 요소를 동시에 높였다. 인사이트의 뒷모습을 잘 깎고 다듬은 모습이다.
스티어링휠의 크기는 일반적인 소형차 수준이지만 두껍고 잡는 감촉이 우수했다. 스티어링휠 앞면에는 크루즈컨트롤을 조작하는 버튼만 달려있다. 사운드시스템을 조작하는 버튼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티어링휠 뒷면에는 기어조작버튼인 패들시프트가 장착돼있다. 사용감도 나쁘지 않았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실내 디자인을 갖췄지만 품질이나 마감에서 불만을 가질 소비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버킷 타입의 가죽시트는 생김새도 멋들어지고 가죽의 느낌이나 마감도 우수하다. 또, 코너를 돌 때 탑승객의 몸을 확실하게 지지한다. 알루미늄 페달도 사용감이 우수했고 바닥 카페트나 천장의 소재도 좋고 마감도 꼼꼼했다.
시승하면서 대부분을 스포츠모드로 설정했다.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소형차라고 믿기 힘든 수준이다. 덕분에 고속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속도를 올렸다. 시속 160km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간다. 1.5리터 엔진과 약 14마력정도의 전기모터가 결합해 동급 배기량의 차량보다는 가속능력이 뛰어나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코너링이다. CR-Z의 코너링은 발군이다.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움직여도 차가 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코너를 너무 쉽게쉽게 빠져나간다. 서스펜션도 매우 단단하다. 여기에 넓고 낮은 차체가 더해져 날카로운 코너링을 가능하게 한다.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이다. 차량 뒷부분이 쉽게 미끌어지기도 한다. 또, 브레이크 성능이나 195/55R 타이어 셋팅은 아쉽게 느껴진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취향이다. CR-Z는 여러 부분이 뛰어나긴 하지만 호불호가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개성이 강한 차다. 더욱이 2인승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이면서 2인승, 3도어 해치백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젊은 소비자들이 기름값 걱정을 덜하면 즐겁고 짜릿한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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