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질환 치료에서 성별구분은 중요하다. 동의보감 ‘신형편’에 ‘남자는 양기가 부족하고 여자는 혈이 부족해 남자와 여자를 다르게 봐야 한다.’라고 나온다. 이런 특징은 귀 질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남성은 ‘이명(귀울림)’, 여성은 ‘어지럼증’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명’과 ‘어지럼증’ 환자 각각 153명을 뽑아 실시한 성별 발병률 조사에서 ‘이명’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28%, ‘어지럼증’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30%나 많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의학적으로 이명의 주된 원인은 가슴과 얼굴 및 머리 등 상부에 몰린 열이다. 이 때문에 내이의 혈관압력이 상승해 기혈순환에 방해를 받는다. 남성 이명 환자는 여성보다 직업적 스트레스나 과로가 많고 빈번한 과음 탓에 상부에 열이 몰리는 경향이 크다.
이와 관련 최근 들어 이명은 운동부족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성사무직장인들 가운데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비만할수록 이명에 걸릴 확률은 더 높아진다. 이명과 비만의 상관성은 동의보감에서 ‘습담(濕痰)’의 작용으로 풀이하고 있다.
습담은 일종의 ‘비생리적 체액’을 말한다. 체액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해 제거하는 역할 등을 하는데 비만하게 되면 이런 기능이 떨어진다. 이 밖에도 남성 이명 환자는 과도한 성생활이나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귀와 관계 깊은 간과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생기기도 한다.
습담이 심한 비만환자는 귀의 혈류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이명이 나타난다. 어지럼증을 동반할 뿐 아니라 배에 가스가 잘 차고 항상 몸이 무겁게 느껴져 자꾸 눕고 싶어진다. 또한, 저녁이 되면 손발이 붓기도 한다.
한편, 어지럼증은 여성이 많다. 여성에게 어지럼증이 많은 이유는 체온과 월경, 위장기능 등 신체적 특징과 연관이 깊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월경주기 때문에 호르몬 변화가 크고 기혈이 부족해지며, 몸도 냉한 편이다. 이 때문에 위장 기능이 약해지고 팔다리의 기운이 빠져 쉽게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남성 이명증은 조구등, 황금 등 열을 내리는 한약재를 처방해 머리 부위의 상열감(上熱感)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어 오미자, 산수유 등의 한약재를 활용해 신장을 튼튼하게 하거나 부족한 기운을 보충한다. 또한
여성의 어지럼증은 부족해진 기혈을 보충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당귀와 천궁 같은 보혈하는 약재를 중심으로 기운과 체력을 강화하는 인삼, 녹용을 함께 처방한다. 다만, 어지럼증은 귀의 전정기관이 약해진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청각기능을 향상하는 치료법을 병행한다.
[마포소리청한의원 유종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