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동서독 분단의 상징 '베를린의 장벽'이 허물어진지 20년을 맞았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통일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독일 사람들에게 통일의 의미와 현실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무형 기자가 현지에서 보도합니다.
【 기자 】
주말을 맞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
분단의 주동자 러시아와 미군의 군복 그리고 사라진 동독의 깃발을 흔드는 젊은이들의 퍼포먼스는 이미 관광지의 풍경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통일 20년이 지난 독일은 겉으로는 완전한 하나의 나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른바 통일비용에 대한 같은 질문에 동·서독 출신 젊은이들은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 인터뷰 : 미하엘 / 동베를린 출신
- "현재로서는 동독 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서독의) 도움이 당분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도움이 필요한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입니다."
▶ 인터뷰 : 마르코 / 서독출신
- "그러나 동독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일방적인 서독의) 지원이 이제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독에서 지난 20년간 동독으로 이전된 이른바 통일비용은 2조 유로.
우리 돈으로 3천조 원이 넘습니다.
기꺼이 지불했던 돈이지만 더 이상은 못 내겠다는 서독과 아직은 더 필요하다는 동독.
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른바 게으른 오시와 거만한 베시 사이의 심리적 갈등과 위화감 역시 20년의 시간으로 치유될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 인터뷰 : 린드너 / 서베를린 출신
- "최근에 68%의 서베를린 사람들이 다시 베를린 장벽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고, 새 장벽은 5m 더 높게 쌓아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동서독의 완전한 내면적 통합 시점에 대해 지난 1990년 조사에서는 6~8년 뒤로 대답했던 사람들이, 지난해 조사에서는 15~20년 뒤로 예상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통합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 스탠딩 : 이무형 / 기자 (독일 베를린)
-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브루크의 문이 열린지 정확히 20년이 지났습니다. 장벽이 허물이지고 문은 열렸지만 이들의 마음 속의 문까지 열리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보입니다. 베를린에서 MBN뉴스 이무형입니다."
[ 이무형 / maruchee@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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