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안철수 캠프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오늘 아침 안철수 후보가 한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11월15일)
- "(10초간 머뭇) 문 후보님 발언에 대한 것보다 그냥 제 심경을 말씀드리면 깊은 실망을 느꼈습니다.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을 통해서 양쪽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힘을 모아서 거기서 선택된 후보가 저는 정권교체 그리고 정치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보다 결과에만 연연하고 이것을 경쟁으로 생각한다면 그 결과로 이기는 후보는 대선 승리할 수 없습니다. 국민께 많은 염려를 끼쳐 드려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가면 대선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캠프에서 문제로 삼고 있는 건 대략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안철수 후보 양보론입니다.
지난 6일 두 후보가 처음으로 단일화 회동을 한 직후부터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후보를 양보하기로 했다는 말이 떠돌았다고 합니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는 '안 후보가 양보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가 대량 살포됐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합니다.
둘째,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안철수 후보 지지율을 크게 앞섰다는 보도가 난무한다는 겁니다.
최근 MBN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지지도와 적합도 모두에서 안 후보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리서츠 플러스의 여론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열흘 만에 완전히 뒤바뀌어 문 후보가 무려 7%포인트 가까이 앞섰습니다.
안철수 캠프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이나 질문 문항이 불합리하게 구성됐다는 불만이 들렸습니다.
셋째, 협상팀에 대한 인신공격입니다.
문 후보 쪽 정무특보인 백원우 전 의원은 안 후보 쪽 협상팀 일원인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에 대해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이라는 글을 리트윗했습니다.
이태규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던 인물입니다.
안 캠프는 이런 일들이 모두 우연히 발생한 게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조직적인 행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선숙 / 안철수 캠프 공동선대본부장(11월14일)
- "민주당 세몰이 도가 지나칩니다. 문재인 후보는 좋은 말씀 하고 계시는데 후보 주변에서는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후보께서는 알고 계신 지 궁금합니다."
문재인 캠프는 난감해하면서도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11월15일)
- "모르겠다. 모르겠고 우선 단일화 협상 과정이 늘 순탄하기만 하겠습니까? 중간 곳곳에 암초는 있기 마련인데 어찌 됐든 모이자마자 중단되는 모습 보여서 국민에게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부산에 내려와 있는 상태여서 정확한 상황을 다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혹여라도 우리 쪽의 캠프 사람들이 뭔가 저쪽에 부담을 주거나 자극하거나 또는 불편하게 한 그런 일들이 있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는 그런 일들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테니까 다시 또 단일화 협의를 해 나가자는 말씀을 안철수 후보 측께 드리고 싶습니다. 또 물밑으로도 이 대화를 다시 재기하기 위한 협의를 다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금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안 후보 쪽 주장이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 그쪽을 자극했다면 대신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안 후보 쪽 이태규 실장에 대한 비판의 글을 리트윗한 백원우 정무특보는 특보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안 후보 쪽의 협상중단 선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정당이 자신들의 후보를 선전하고, 지방 조직 활동을 독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는 겁니다.
우상호 공보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우상호 /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11월14일)
- "캠프 차원에서 언론플레이 하거나 안 후보 측을 자극했다는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모 조간에 나온 안 후보 양보론은 저희 캠프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가운데 그런 발언을 한 사람이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캠프 차원의 조직적이고 의도적 행위가 아닌 상황에서 협상 중단까지 선언한 것은 당황스럽고 서운합니다."
어쨌든, 문 후보가 직접 사과했으니 이제 갈등은 풀리고, 중단된 단일화 협상은 다시 재개되는 걸까요??
정말, 안 후보 쪽은 민주통합당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문제 삼아 협상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걸까요?
이 정도의 갈등과 협상 중단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던 만큼 대수롭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협상 과정에서 정치쇄신과 철학에 대해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의 근본적인 차이가 다시 불거진 것은 아닐까요?
안철수 캠프는 이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 하고, 당과 조직을 동원하는 것이야말로 정당의 구태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문재인 캠프와 민주통합당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걸까요?
그런 민주통합당과 단일화를 하느니, 차라리 나 홀로 끝까지 가자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조사 기관과 방식에 따라 들쑥날쑥하긴 하지만 문재인 캠프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은 공통된 추세라는 겁니다.
문재인-안철수 양자 구도는 물론이고, 심지어 3자 구도에서도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앞섰다는 여론조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안철수 캠프가 강점이었던 박근혜 후보와 경쟁력에서도 문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안철수 캠프는 어떤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든 문재인 후보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들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런 흐름을 반전시키려고 단일화 협상이라는 극약 처방을 한 것은 아닐까요?
민주당이 당과 조직을 동원한다고 비난하는 것 역시 그런 당과 조직이 없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단일화 협상 중단 선언이 오히려 안 후보의 약점을 스스로 인정해버린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진짜 안철수 캠프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두 후보가 결국 다시 손을 맞잡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많습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에서 이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면, 선거 이후 또 정권을 잡은 이후 어떻게 될까요?
DJP 연합이 그랬듯이,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그랬듯이 단일화는 야권으로서는 달콤한 유혹이자, 위험한 도박이기도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MBN 뉴스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