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일방적인 연기 조치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바로 상봉이 예정돼 있었던 이산가족들입니다.
60여 년 만에 가족을 만날 생각에 설레던 어르신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한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지난 1951년 '1·4 후퇴' 때 고향인 황해도 신천을 떠난 92살 강능환 할아버지.
결혼 4개월 만에 아내와 헤어져 그동안 아들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다가 최근에야 알게 됐습니다.
선물까지 준비하며 만날 날을 기다렸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에 허탈한 마음뿐입니다.
▶ 인터뷰 : 강능환 / 아들·처제 상봉 예정
- "마음이 착잡합니다. 만나봤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고향도 그립고, 만나면 얼마나 좋겠나 싶어서…."
62년 전 헤어진 누나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온 김창남 할아버지.
만남이 또 연기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저려옵니다.
▶ 인터뷰 : 김창남 / 누나 상봉 예정
- "지금도 선명해. (누나가) 윗도리는 하얀 저고리에다 검정 치마 입고 나 데리고 학교 다니고 그랬다고. (이렇게) 갑자기 연락을 받으니까 참 나로서는 어쩔 줄을 모르는 거지."
자신을 아끼던 형의 딸들을 만나기로 돼 있던 류영식 할아버지도 상실감이 큽니다.
▶ 인터뷰 : 류영식 / 조카 상봉 예정
- "죽기 전에 한번 고향 소식이나 어떻게 됐나 알고 죽으려고 생각했는데 못 가게 되니까 정말 먹을 것도 먹기 싫고 그래요."
꿈에도 그리던 혈육을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린 이산가족들.
북한은 이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습니다.
MBN뉴스 김한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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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김영호·진은석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