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권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란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날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내년 9월 시행 예정인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농수산물을 예외 품목으로 둬선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야당 압박에 밀린 이성보 권익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농수산물 제외가 어렵다고 동조했다.
애초 권익위원회는 8월 말까지 시행령을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농업계 반대에 부딪혀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에서 농업계 표를 의식한 정부가 내년 4월 이후에야 시행령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이날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는)오랜 시간을 두고 세밀하게 토론했다”며 “법이 잘못된 것처럼 보도되고 국회 권위가 실추되는데 권익위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법과정에서 위원들이 엄청난 논의를 했다”고 강변했다.
그러자 이성보 권익위원장은 “각계 의견이 다양해서 생각보다 (시행령)작업이 어렵다”며 “송구스럽지만 의원님들도 반대 의견을 언론 인터뷰에서 피력하고 있기는 하다”고 말해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이 위원장은 농업계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에 대해선 “입법 취지나 다른 업종과 형평을 생각하면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재차 농수산물 예외가 가능한지 묻자 이 위원장은 “거의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공청회 등에서 안된다고 얘기는 안했지만 곤란하다는 말씀은 드려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나서 “특정품목 제외는 법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농수산물을 예외로 하면 전통시장 상품권, 중소기업 제품까지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김영란법은)직접 대상자가 180만명이고 포괄 범위까지 2000만명”이라며 “계도기간이 필요하며 10월에는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눈치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며 “강의료 같은 것도 허용되는 범위를 정해야 하는데 사립학교 언론인이 포함되면서 (어렵다)”라고 답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며 “(허용되는 금품)가액을 현실화시키는게 정답”이라고 제안했다. 민 의원은 또 일부 고위직 공무원의 부정청탁 의혹과 관련해 “산업은행에 청탁하면 김영란법 위반이고 국민은행에 하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부정청탁 금지 범위를 민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란법 통과에 동조했던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도 김영란법의 본질적 문제점은 외면한 채 농수산물 예외 가능성에 대해서만 소극적으로 질의했다.
사석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한국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고 말해온 여당 의원들은 국감장에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명절 때 과일 등 선물은 미풍양속”이라며 “농수산 업자들이 타격을 받겠냐”고 묻는 정도였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전혀 영향없다고 할 수 없다. 경제적 영향에 대해 민간 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3월초 김영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졸속으로 통과시켰다는 비판을 받는 장본인들이다.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는 ‘돈 선거’ 의혹과 인사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남풍 재향군인회 회장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후속 조치도 도마에 올랐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조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필요성을 묻는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질문에 “현재 상태를 계속할 경우 재향군인회를 원활하게 이끌어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
조 회장은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 과정에서 대의원들을 금품으로 매수한 혐의로 지난 달 검찰에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또 자신의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을 재향군인회 고위직에 기용하는 과정에서 보훈처 시정 명령을 무시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신헌철 기자 /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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