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날인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경제계와 정치외교가의 오피니언리더들에게 한국이 TPP가입의사가 있다는 점을 공개행사를 통해 두차례나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전 한미재계회의에서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양국 기업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CSIS의 연설에서 다시 “한국은 TPP타결을 환영한다. 이미 TPP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은 TPP에 있어서도 미국의 자연스러운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간 TPP타결에 대해 말을 아끼던 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TPP에 대한 환영과 참여의 뜻을 집중적으로 내놓는 이유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제계 인사들의 모임인 재계회의 뿐 아니라 외교안보 씽크탱크인 CSIS에서도 이 부분을 부각시킨 점이 주목된다. 이는 우리가 TPP를 주도한 미국의 동맹국이란 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미국과 다른 회원국들이 우릴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 대통령은 TPP 창립회원국끼리 출범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해 4월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TPP참여를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한 이후 1년여간 TPP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FTA에 이어 양국간에 무역과 투자를 강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틀이 바로 TPP라고 할 수 있다며 ”한국이 TPP에 참여하게 되면 캐나다 정부에서 적극 지지해 달라”고 지원을 요청했으나 결국 창립회원국엔 들어가지 않았고 최근 우리를 배제한 채 TPP 출범이 성사된 바 있다. 물론 이번 박 대통령 언급의 가장 큰 배경으론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에서 한국만 소외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도 발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TPP 실기론’이란 지적을 뚫고 한국이 TPP에 서둘러 올라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배경이다.
한국은 2013년 11월 TPP에 관심을 표명한 이후 협상동향을 주시하면서 참여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관심표명이란 협정 참여선언의 전 단계로, 참여선언을 공식화하면 양자협의를 통해 각국과의 통상협상을 논의한다. 한국은 참여선언 전인 관심표명까지만 진행됐기 때문에 작년 12개국과 지난해 예비양자협의를 열었고, 각국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받은 상태였다.
정부가 TPP 가입을 검토하는 두 가지 이유는 무역수지의 증가, 글로벌 무역 체인망의 활용으로 압축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재작년 TPP 참여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발효 10년 후 2.5~2.6% 늘고 불참시에는 0.11~0.19% 감소할 것으로 봤다. 그러다 캐나다, 호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서 참여시 1.7~1.8%, 불참시 0.12% 줄어들 것으로 관측치를 바꿨다. TPP 참여에 따른 기대효과는 기존보다 줄었지만 불참시 무역수지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참여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유인으로 읽힌다.
일본에 밀려 제조업에 타격을 본다고 하더라도 TPP 12개국 전체로 수출을 늘리면 무역수지는 연간 최대 3억달러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통상당국이 내부적으로 검토한 ‘TPP 참여ㆍ불참 시 산업별ㆍ분야별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TPP 참여시 제조업 무역흑자가 연간 2억~3억달러 늘어나지만 불참시 무역적자가 연 1억달러 줄어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글로벌 무역체인망에서 한국이 원산지 누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TPP 역외국 지위로 전락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TPP 참여가 필요하다. 해외기업들이 TPP 가입국인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의 무역망을 개설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 수출에는 악영향을 미칠 가느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사실상의 ‘TPP 참여 선언’에 따라 향후 관전 포인트는 TPP 협상을 어떻게 한국이 이끌어나갈지다.
올해 12월말까지 TPP 참여국들이 TPP 협상문안을 공개하면 한국은 기존 12개국들의 협상 결과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정도를 측정한 뒤 양자협의에 돌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12개국과의 협상문안을 한국이 받아들일지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 TPP가 이미 타결된 뒤에 2차 참여국 지위로 가입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TPP 역내국들이 새로운 무역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소외를 당할 수 있다”며 “TPP 참여에 정부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선걸 기자 /김유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