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근원은 정치다. 당장 정개특위(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
지난 해 10월 30일 헌법재판소에서 현행 선거구에 대해 헌법 불합치판결을 내리며 2015년 12월 31일까지 선거구를 개편하라고 하자 바로 다음 날인 3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했던 말이다. 이같은 새누리당 제안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문희상 의원은 “미룰 이유가 없다. 당장 정개특위를 가동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고, 당시 비상대책위원을 맡았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치혁신의 큰 틀에서 선거제도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당시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혹시나’ 했던 국민들의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듯 했던 국회는 1년 가량 지난 지금까지 선거구 획정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국회는 2000년 이후 5차례 연속 선거구 획정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합의가 불발된 뒤 여야 모두 ‘네 탓’만 하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국민을 받들겠다는 국회가 스스로 국민의 손발을 묶어버렸다는 것이다.
선거구를 빠르게 획정하는 일은 배지를 탐내는 국회의원들 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중요하다. 공약이 난무하는 요즘 선거에서 내 지역을 대표할 일꾼을 뽑을 선거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는 일은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특히 19대 국회는 이미 각종 비리, 불법 행위로 의원 21명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17대 국회 이후 의원직을 가장 많이 상실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정당 해산,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등 그야말로 ‘무능 백화점’이다. 정치 혁신을 바라는 국민들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 선거구 획정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국회의 모습은 새로운 얼굴의 등장을 막으려는 국회의 ‘밥그릇 지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13일 김무성 대표는 “12월 15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진행되고 그때부터 신인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그 전에라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 그지없다“며 ”수많은 정치 신인들에게 정치 불안을 주게 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1년전 자신들이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한 이들이 이제와서 신인을 걱정해주는
배지가 주는 마력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국회이기에 선거구 획정 논란은 어떻게든 정리될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다. 국민들을 기만한 국회가 내년 유세 활동에서 어떤 낯으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지 말이다.
[정치부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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