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40분 넘게 안철수 전 공동대표 집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임박하자 뒤늦게 회동을 청하러 갔지만,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누지 못한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두 사람의 결별을 예고한 장면이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끝내 등을 돌렸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문 대표는 저를 설득하기 위한 그 어떤 새로운 대안도 가져 오지 않았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오전 10시15분께 13분 동안 마지막 대화를 나눴지만, 3년 동안 쌓인 앙금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물’과 ‘기름’ 같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관계는 ‘라이벌’보다는 ‘악연’에 가깝다. 안 전 대표가 탈당을 불사하며 문 대표를 압박했던 지난 1주일 동안의 분위기는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단일화 과정의 데자뷰였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풀리지 않는 앙금 또한 3년 전 시작됐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표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대통령 후보직을 양보했던 안 전 대표는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후보 단일화 원칙을 놓고 갑론을박을 주고 받았다. 끝은 좋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후보 등록을 이틀 앞두고 ‘아름다운 단일화’가 아닌 대선후보직 ‘포기’를 선택했고, 문 대표는 결국 대선에서 패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민주당·새정치연합 합당 이후에도 어색한 관계를 이어갔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지난 1월 “안 전 대표와 소주 한잔하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안 전 대표는 “제가 술을 못 마시는 것을 잊어버리신 모양이다”라고 거절했다.
비교적 잠잠했던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지난 9월 급격히 악화됐다. 당 혁신 방향을 놓고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당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을 평가절하하며 ‘안철수표’ 10대 혁신안을 문 대표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문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다. 이들은 안 전 대표 혁신안을 ‘모순’, ‘새누리당 프레임’으로 규정했다. 안 전 대표는 12일 밤 탈당 만류를 위해 본인 자택을 찾은 박병석 의원 등에게 “아무리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어떻게 새누리당이라고 하느냐”고 한맺힌 불만을 털어놓았다.
문 대표는 11월이 돼서야 안 전 대표의 혁신안에 대해 “백번 옳은 얘기”라며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혁신전당대회’를 역제안했고, 문 대표는 끝까지 이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문 대표는 지난 3일 안 전 대표의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은 “9월에 받았들였으면 되는데 왜 이제서야 수용하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화법부터 판이하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평가다. 박영선 의원은 ‘누가 지도자인가’ 저서에서 “안 전 대표는 꼭 필요한 말만 에둘러 표현하는 편이다. 대화 중 자신의 생각이 잘못 이해되는 듯 해도 곧바로 지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반면 문 대표 화법은 상대가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에 동의한 것처럼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관계는 ‘문전박대’로 시작해 ‘문전박대’로 끝났다. 지난 대선 때인 2012년 12월 5일,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서울 용산구 자택을 찾아갔지만 안 전 대표는 당시 여의도에서 캠프 소속 인사들과 회의를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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