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부품 업계의 경우 한·중 FTA의 영향이 다른 분야 대비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국을 등에 업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이득이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전기전자 부품 분야에선 FTA타결 이전에도 대부분 무관세 혹은 저관세 기조였다. 액정표시장치(LCD) 등 중국이 관세를 매겼던 일부 제품군은 국내 업체 대부분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해 둔 상태다. 이때문에 단기적으론 FTA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예컨대 한국 기업이 26인치 이상 LCD 패널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는 5%의 관세가 붙는다. 장비나 부품에 대해서도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관세는 FTA 발효 10년 안예 폐지된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쑤저우, 광저우에 공장을 지어 관세를 이미 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중FTA보다는 중국이 디스플레이 자국 패널을 좀 더 많이 쓰려는 경향이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전지의 경우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 9.6%의 관세가 매겨진다. 하지만 삼성SDI와 LG화학은 각각 텐진과 난징에 소형 2차전지 생산라인을 가동해 이같은 관세를 피하고 있다.
관세 2%의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중국 현지에서 해당 제품군을 생산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메모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는 애당초 무관세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는 고객 확보 혹은 공급망 효율화 차원이다.
그러나 한·중 FTA는 전자·전기 부품업계에 장기적으론 이득이다. 과거 ‘생산거점’ 중국이 이젠 ‘최대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중국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지만 한국에서 일단 생산한 뒤 중국으로 수출하는 규모도 적지 않다.
특히 앞으로는 공급망 효율화 차원에서 벗어난, 단순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현지 공장 건설은 더 이상 없을 전망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미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기엔 인건비가 높아진 상태다. 최근 삼성의 전자 계열사가 베트남에 휴대폰 및 관련 부품 공장을 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LG경제연구소는 최근 들어 한중 분업을 통해 한국경제가 누려온 부가가치 생성구조도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LCD 패널의 경우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TV업체들은 한국산 대형 LCD 모듈을 사실상 그대로 공정에 투입해 완성시킨 뒤 해외로 수출했다.
그러나 최근엔 중국 TV기업들이 공정·기술혁신으로 모듈 전 단계의 패널을 한국에 들여와 이전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조립을 마친 대형TV도 해외시장보다
LG연 관계자는 “한중 분업구조 변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은 중국 내수, 그 중에서도 소비성장세에 올라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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