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여소야대, 전현희·정세균 등 강세 지역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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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년만에 여소야대 전현희/사진=연합뉴스 |
전체 253개 지역구의 절반에 가까운 122석이 걸린 수도권이 결국 제20대 총선의 판도를 좌우했습니다.
14일 오전 마친 개표 결과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수도권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에 참패를, 더불어민주당에 대승을 안겼습니다.
새누리당은 서울 49개 선거구 가운데 12개, 경기 60개 선거구 가운데 19개, 인천 13개 선거구 가운데 4개만 건졌습니다. 수도권 122석 중 35석(28.7%)에 그친 셈입니다.
서울의 경우 한강 이북에선 도봉을(김선동)·강북갑(정양석)·중성동을(지상욱) 등 3곳만 건질 정도로 '몰살'에 가까웠습니다.
한강 이남에서도 '여당 불패 신화'를 보여왔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가운데 강남을과 송파을을 더민주에 내줬습니다.
경기는 강원·충북·충남과 인접한 외곽 지역만 간신히 건진 채 서울 주변 지역은 대부분 더민주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격전지로 꼽힌 '용·수(용인·수원) 벨트' 가운데 수원 5개 선거구는 전패했습니다.
반면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122곳 가운데 82곳(67.2%)을 '파란 물결'로 뒤덮었으며, 민주통합당(더민주의 전신) 시절인 19대 총선에서 112곳 가운데 65곳(58.0%)을 승리했던 것보다 한층 나아진 성적표입니다.
특히 서울 49곳 가운데 35곳(71.4%)에서 당선되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기존의 강세 지역을 대부분 지키고 '정치 1번지' 종로(정세균)를 수성한 것은 물론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인 용산(진영), 강남을(전현희), 송파을(최명길)에서 새 역사를 썼습니다.
경기에서는 60곳 가운데 40곳(66.7%)을 이겼습니다. 용·수 벨트에서 승리한 것은 물론 새누리당에 '천당 밑 분당'으로 불릴 정도로 여당 강세 지역인 성남 분당갑(김병관)·을(김병욱)에서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광주을(임종성), 파주을(박정) 등에서도 새누리당 의석을 빼앗았습니다.
인천의 경우 13개 선거구 가운데 7곳에서 이겨, 19대 총선(12개 선거구) 때 새누리당과 절반인 6개씩 나눠 가졌던 것보다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수도권의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은 '공천 갈등'으로 인해 기존 지지층의 이탈이 수도권 참패를 가져왔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3당 체제'라는 유리한 구도였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낸 것에 대해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수도권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채 '과반 의석 호소'라는 낡은 구호만 앞세운 탓에 참담한 결과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더민주 입장에선 국민의당 후보들의 완주로 야권표가 분산되는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의 잇단 '악수(惡手)'와 유권자들에게 당선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 투표로 단일화를 이뤄달라고 호소한 선거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각에선 국민의당에 호남 의석을 빼앗겼지만, 지도부의 끈질긴 '호남 구애'와 문재인 전 대표의 막판 호남 방문 승부수가 수도권의 호남 출신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1988년 13대 총선에서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민정당을 뒤이은 보수 정당의 계보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받아드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수도권 의석수 대비 승률을 따지면 1988년 13대 총선 때 민정당은 41.6%(77곳 중 32곳), 14대 총선 때 민자당은 47.6%(82곳 중 39곳)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은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통해 전체 96석 가운데 54석(56.3%)으로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16대 총선 때 야당인 한나라당은 각각 97석 가운데 40석(41.2%)을 차지한 데 이어 2004년 탄핵 역풍 속에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는 109석 가운데 33석(30.3%)으로
정권을 탈환한 직후인 2008년 치른 18대 총선에서 111석 가운데 81석(73.0%)을 확보,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으나 2012년 19대 총선에서 112석 가운데 43석(38.4%)으로 다시 쇠락했습니다.
그럼에도 17대·19대 총선 성적표는 이번 총선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