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023년까지 산업기능요원과 전문연구요원 등 병역특례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관련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내에서도 병역특례제도 폐지와 관련해 부처간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또 국회에서도 이공계 병역특례제도 폐지에 대한 반대의견이 나오는 등 국방부의 일방통행에 대해 과학계 뿐 아니라 정관계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군 인력 충원에 대한 다른 방법이 없다며 7월까지 관련 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부처가 국방부의 병역특례제 폐지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교육부는 병무청에 병역특례제도 폐지에 신중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최근 대학가의 반발에도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 ‘산학협력선도대학(링크)’ 등 각종 재정사업을 통해 ‘이공계 중심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는 만큼 병역특례제 폐지가 몰고 올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선제 대응 차원에서 이공계 위주로 대학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감소에 대비해 제도 폐지를 결정한 국방부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공계 대학 및 이공계 인력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부 대학특성화사업 등이 직접적 타격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제도가 폐지되면 이공계 우수인력의 해외 유출 같은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병역특례 폐지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체복무제도가 뿌리기업 등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신산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도 지속적으로 국방부에 병역특례제도 존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용홍택 미래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이공계 인력에 대한 전문연구요원 제도는 특혜가 아닌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취지로 국방부에 존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11년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지만 당시도 유관 부처 반대로 좌절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군 인력 충원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7월까지 결론내린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역특례 폐지는 관련 법이나 시행령 개정 사항 없이 병무청장 고시로 가능하다. 국방부가 마음만 먹으면 여론의 반발이 누그러질때쯤 통과시킬 수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국방부가 임의로 제도 폐지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현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며 “병역특례제 폐지는 반드시 의견 수렴과 부처간 논의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과 20대 의원 당선자들도 병역특례제도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18일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과 송희경 당선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에서 추진하는 이공계 대체복무 폐지계획은 과학기술발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방력을 단순히 병력 숫자로 채우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북한이 과학기술을 강조하며 국방력을 강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려면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를 키워 최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도 당선자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해 병역특례제도 폐지 반대의사를 밝혔다.
국방부와 부처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의관, 법무관처럼 군복무를 하면서도 경력단절을 막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총장은 “이스라엘처럼 군복무를 하더라도 자기개발, 꾸준한 연구가 가능한 제도가 필요한 시기”라며 “만약 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역특례제도를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역시 과학기술경쟁력 약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민국과학기술연합(대과연)도 국방부의 병역특례제도 폐지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과연은 국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에 대한 과학기술적인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2011년 12월 출범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변리사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벤처기업협회, 전국자연대학장협의회, 지식재산포럼, 한국공대학장협의회, 한국기술사회 등 2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과연은 “모든 과학기술인은 이 제도의 폐지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인구감소에 따른 국방력 감소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함은 당연하나 현대의 국방은 고도의 과학기술 기반에서 유지되는 것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AIS
[서동철 기자 / 원호섭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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