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이냐, 물귀신작전이냐’
국민의당 선거홍보비를 둘러싼 리베이트혐의로 왕주현 사무부총장이 28일 구속되면서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사법처리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직 최종 수사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비리 행위를 주도한 왕 사무부총장이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두 현직의원의 운명이 왕 부총장의 ‘입(진술 변화)’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벼랑 끝 상황에서 두 의원은 검찰에 “왕 부총장이 모두 시켜서 했다” “직접 개입한 일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등 처절하게 각자도생을 모색하는 흐름이다.
국민의당 선거자금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도균)는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홍보비를 과다계상해 청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사기 등)로 왕 사무부총장을 28일 구속수감했다. 그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수민 의원이 당시 대표로 있던 숙명여대 창업기업 ‘브랜드호텔’에 당과 용역계약을 맺은 인쇄업체 비컴과 TV광고업체 세미콜론을 통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민의당이 실제 지급하지 않은 브랜드호텔 리베이트성 자금을 3억원으로 허위 계상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국고 보전신청을 하고 1억원을 받아내 형법 상 사기 혐의도 추가됐다.
당시 국고 보전신청 건을 조사하던 선관위는 허위 계상된 거래의 실체를 일부 확인한 뒤 왕 부총장과 함께 당 회계책임자(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과 브랜드호텔 대표였던 김수민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왕 부총장을 상대로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전격 발부되면서 수사 진행에 탄력이 붙은 검찰은 박 의원과 김 의원이 왕 부총장의 비리 행각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판단해 조만간 기소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 27일 박선숙 의원을 피고발인으로 소환해 28일 새벽까지 무려 17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박선숙 의원의 경우 왕 부총장이 선관위에 허위 보전청구를 하는 과정에서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허락했는지 여부가 사법처리의 최대 쟁점이다. 왕 부총장이 공범관계임을 주장할 경우 박 의원은 총선 당시 당 회계책임자로서 정치자금법 제49조(선거비용 허위기재)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될 수 있다.
총선 때 브랜드호텔 대표로 국민의당 선거홍보 업무를 맡았던 김수민 의원의 사정은 왕 부총장의 진술 여하에 따라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다. 김수민 의원 역시 불법 리베이트 거래 흐름을 알고도 이에 응했을 경우 정치자금법(45조·정치자금 부정수수)과 공직선거법 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왕 부총장은 불법 리베이트 거래와 선관위 허위신고 혐의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일체 부인하고 있어 박 의원과 김 의원이 이번 사건에 함께 개입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을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 아울러 왕 부총장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두 현역 의원과 공범관계를 암시하는 진술을 할 경우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필요하면 대질을 해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두 현직 의원의 연루 가능성 여부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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