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 배치를 고려 중인 전략무기로는 미 공군 전략 폭격기 B-1B ‘랜서’와 SM-3 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미 해군 이지스함, 그리고 핵추진 잠수함 등이 거론된다. 미국의 초음속 폭격기인 B-1B ‘랜서’는 지난 달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에 4차례 이상 날아와 무력시위를 벌인 미국의 핵심적 확장 억제 전력이다. 미 공군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도 현재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미 공군 기지에 배치돼있는데 한국으로 전진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F-22 전투기는 지난 2월 한국의 오산 미 공군 기지에 머무르며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다.
SM-3는 ‘바다의 사드’로 불리는 탄도탄요격미사일이다. 미 해군 이지스함에는 SM-3 미사일이 24기 탑재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이순진 합참의장은 지난주 한미 군사협의회의(MCM)에서 “내년 사드 배치 이전에 미사일 능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사드와 유사한 탄도탄요격미사일의 도입을 시사했다. 그러나 SM-3는 요격고도가 최고 5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이나 러시아의 또다른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응을 위한 핵추진 잠수함으로는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잠수함이나 오하이오급 전략잠수함이 거론된다. 한국내에서 자체적으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론이 급부상함에 따라 미 해군이 이를 대체할 핵추진 잠수함을 한반도 인근 해역에 상시배치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TEL)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최신예 정찰기 E8 조인트 스타즈 배치도 거론되고 있다. 방식은 순환배치 또는 상시배치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전략무기 상시 배치를 논의하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개최한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직후 공동성명에서 ”미국 또는 동맹국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격퇴될 것이며 그 어떤 핵무기 사용의 경우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한미가 확장억제정책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고위급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한미 2+2 회의 이후 공동성명에서 “핵우산, 재래식 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를 제공한다”고 재강조했다. 또 공동성명은 양국 공동문서상 최초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한미는 물론 역내 국가들에 대한 “직접적 위협(direct threat)”으로 규정함으로써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의 엄중함과 시급함을 재확인했다. 공동성명은 “양국 장관들은 한미일 3국 협력 증진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를 강화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향후 한미일 안보회의 등 기존 3국 국방당국간 협의체를 활용해 3국 국방협력 증진을 위한 추가적인 진전을 기대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 문구는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가 삐걱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기대하기보다는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한 대북 억지력 확보 쪽으로 방향을 굳혔음을 재확인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민생은 철저히 도외시한 채 오로지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집착하는 현 북한 체제는 21세기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반역사적이고 반문명적이며 반인륜적인 체제로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에 언제든 김정은 정권의 도발과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한층 긴밀히 협력하면서 필요한 모든 준비와 대비를 빈틈없이 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최근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해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및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언급하면서 “연합방위력을 계속 유지·강화해나가기 위한 한미 양국의 흔들림 없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남기현 기자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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