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21일 ‘집단 탈당’을 결의했다.
이들은 탈당 결의문을 통해 “가짜 보수와 결별하고 진정한 보수 정치의 중심을 세우고자 새로운 길을 가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친박(박근혜), 친문(문재인)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보수 정당이 총선과 무관히 갈라선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따라 국회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26년 만에 원내 교섭단체가 4곳에 달하는 다당제 구도로 전환하게 됐다. 이날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1명은 국회에서 만나 탈당에 합의한 뒤 즉석에서 탈당계까지 작성했다.
비주류 ‘투톱’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정병국 주호영 나경원 의원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탈당 의사만 전달한 심재철 국회 부의장 등 4명을 합하면 모두 35명이 ‘분당열차’에 탑승 의사를 밝힌 셈이다. 다만 이들은 탈당계 제출을 27일로 유보하고, 그 때까지 추가로 탈당할 의원을 포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석호 의원이 이날 오후 당 잔류 의사를 밝히면서 탈당파는 1명 줄었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안에서는 보수 개혁을 통한 정치혁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우리 자식들에게도 떳떳할 수 있는 보수를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당으로 전락했다”며 “이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새로운 길을 가기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석고대죄하며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의 분열을 염려하는 국민과 당원의 기대를 저버린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27일까지 탈당을 만류해보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연내에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고, 당명 개정 등 자체적인 개혁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
야권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장 혼란스러운 체제가 4당 체제”라며 “국회 안이 교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그 길이 애국의 길”이라면서도 “비박과 연대는 없다”고 일단 거리를 뒀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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