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점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9일 오후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아직 체포하지 못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의 신상을 대거 공개하며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탄 스리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리지현(33), 오종길(55), 홍송학(34), 리지우(30), 리재남(57) 등 용의자 5명의 신원을 밝혔다. 이들 외에 두명의 신원 미상 용의자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범행 당일 이미 말레이시아를 벗어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브라힘 부청장은 김정남의 사망 경위와 관련해 "사망 원인은 아직 미확인 상태이며 독극물 분석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2명의 여성이 (김정남의)얼굴을 천 등으로 닦았다"고 말해 독극물을 묻힌 천이 범행 도구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김정남의 시신 인도에 대해선 "유족의 DNA를 통해 신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7일 밤 이번 사건 용의자로 북한 국적의 리정철(46)을 체포했다. 이로써 현지 경찰이 특정한 용의자 6명 가운데 3명이 붙잡혔다. 리정철은 인도에서 화학을 공부한 뒤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을 소지한 채 말레이시아에 체류해온 인물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공작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언론들은 리정철이 체포됐을 때 머물던 아파트가 2011년 이후 북한 공작원들의 은신처였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사건 수사는 여성 용의자들의 석연치 않은 변명 속에 자칫 미궁에 빠질 뻔 했으나 리정철의 체포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 공작원이 사건 전체를 주도하고, 앞서 체포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2명이 범행에 동참한 것으로 판단된다.
말리이시아 경찰은 용의자 체포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반면 부검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지난 15일 부검을 마친 뒤 나흘이 지난 19일까지 결과 발표를 하지 않으면서 '신종 독극물'이 사용된 것 아
북한은 점점 자신들을 향해 올가미가 조여오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지난 17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수사 상황에 저항한 데 이어 시신 인도를 놓고도 말레이시아와 외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쿠알라룸프르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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