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가져 올 수 있겄어야... 가들(야권성향 후보) 중 고르믄되고"
19일 오전 광주시 서구 상무지구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박현주씨(51)는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야권 후보 중에 옥석가리는 일만 남았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동안 야권 여론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온 광주민심은 대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정치권을 지켜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가결과 유력한 보수 후보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가 이어지면서 진보진형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트 앞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기사 최만섭씨(55)도 박씨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최씨는 "얼마 전까지는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를 찾았다면 지금은 호남을 위해 일할 후보를 찾는 것 같다"고 민심의 변화를 전했다. 한동안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됐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연대 필요성에 대한 여론도 차츰 사그라지고 있다.
오는 25일(국민의당)과 27일(더불어민주당) 야권 성향의 정당들이 호남에서 첫 경선을 치른다. 각 정당은 물론 후보 캠프에서도 야권 심장인 호남 민심에서 나타나는 초반 판세가 지역별 순회경선을 거쳐 최종 수도권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2일 전국 동시 투표소 투표를 시작으로 호남지역 ARS투표(25~26일)를 거쳐 27일 광주여대에서 호남권 순회투표를 실시한다. 호남권 선거인단은 전체의 약 20%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경선 흥행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약간 앞서고 있다는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만 어떤 후보가 정당 후보로 선택되는냐에 따라 몇 차례 민심이 요동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선거인단에 신청한 박형신씨(50)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를 놓고 고민 중"이라면서 "국정운영의 안정감을 위해서는 문 전 대표를, 확실한 대선승리를 염두한다면 연대를 외치는 안 지사가 낫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대인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김양수씨(65)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을 합치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국회의원 8명도 모두 국민의당인 만큼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낫다"고 판단했다.
각 정당 후보들의 선택기준은 '적폐청산'과 '연정 및 통합'에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대 4학년인 박선경씨(24·여)는 "국정농단 세력의 철저한 처벌과 반성이 선행돼야 차기 정부의 정통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서 가장 적합한 후보로 문재인 전 대표를 꼽았다. 반면 자영업자인 박종호씨(43)는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가 돼 이념이 비슷한 정당끼리 연대 및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것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지지 후보로 안희정 전 지사를 찍었다.
국민의당 경선에서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표가 쏠릴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이 광주에 강하게 형성됐던 반(反) 문재인 정서의 변화 여부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호남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고 차기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광주에서 한석도 얻지 못했다. 이후 문 전 대표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매주 광주를 찾아 성난 민심을 달랬다. 문 전 대표도 지난 1월 지지모임인 '포럼 광주' 출범식에 참석해 "한번만 더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호남 시민들은 다자구도 대선후보 중에서 문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포본오차 ±3.1%포인트)에서 문 전 대표는 호남지역에서 47%의 선택을 받았다. 안철수 전 대표(20%), 안희정 지사(11%), 이재명 시장(9%) 등을 두배 이상으로 따돌린 것이다.
민주당 후보만을 놓고봐도 문 전 대표는 경쟁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
매일경제와 MBN이 지난 15∼16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후보적합도를 여론조사(95% 신뢰수준±3.1%포인트)한 결과, 문 전 대표는 호남권에서 45%의 지지율로 1위를, 안 지사는 33.7%로 2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재명 시장은 17.8%로 뒤를 이었다. 기존 호남의 안철수 전 대표 지지층이 민주당 후보 중에서는 안희정 지사쪽으로 많이 이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완전국민경선제로 참여한 민주당 선거인단의 표심이 호남권 경선에서 어떻게 작용할 지 관심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이번 주 대부분 일정을 호남에 집중하면서 총력전에 돌입했다.
문 전 대표는 20일 광주에서 광주전남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뒤이어 전북공약도 낼 예정이다. 호남에 연고를 둔 문재인 캠프 핵심관계자들도 거의 매일 호남에 찾아가 문 전 대표 지지를 호소한다. 전남 고흥 출신인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번 주 내내 광주 전남 지역을 돌며 시국강연회를 갖고 있다. 호남출신 실무자 중에서도 최소 인력만 남기고 전원 현장에 투입된다.
안 지사는 이날 서울에서 대선주자 토론회를 마친 직후 광주로 내려가 토크콘서트와 청년 창업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시장 역시 이날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출퇴근하면서 호남지역에 올인하기로 했다.
오수열 조선대 정치
[광주 = 박진주 기자 / 서울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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