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필사'로 통하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선서문인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 10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국회의장에게 취임선서를 하고 이같은 '취임사'를 낭독했다. 이는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을 전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앞으로 5년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방향과 철학을 밝히는 첫번째 대국민메시지라서 의미가 남다르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꾹꾹 눌러썼을 정도로 신중을 기해 작성하게 된다. 외교안보, 경제정책, 산업, 복지, 노동, 환경 등 모든 분야별 문 대통령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들어가야 한다. 이같은 중책을 윤태영 전 대변인이 맡아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약 3000자(200자 원고지 15매)분량의 취임선서문에서 국민통합, 개혁, 소통 등 세가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 나라를 나라답게 개혁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 튼튼한 안보와 자주 국방력 강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 일자리 대통령 등 주요 아젠다를 포함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마다 정권 말에 레임덕과 비리의혹으로 추락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깨끗한 대통령이 되어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이 언급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명문장이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문구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수락하면서 밝힌 것인데 이번에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5년 전에 이같은 수락연설문을 직접 작성했지만 이번 대선에는 더불어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다가 본선에서 다시 문 대통령의 필사로 돌아와서 다시 이 글을 적었다.
윤 전 대변인은 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당시 노무현 전 의원의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를 펴낼 당시 집필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노무현캠프 외곽에서 방송원고와 홍보물제작을 도왔다.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과 함께 취임사 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어 윤 전 대변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면서 참여정부에서 연설담당비서관을 거쳐 두 번의 대변인, 제 1부속실장과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노무현의 복심'이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어보고 그의 생각을 정확하게 글로 풀어내 국민들에게 알려왔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윤 전 대변인을 가까이에서 계속 지켜봐왔고 이번에 첫 연설문인 취임선서문을 맡길 정도로 신뢰했다..
윤 전 대변인은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참여정부 말기 대변인으로 일할 때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청와대에 사의표명했는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시 불러서 사직서 제출 이유를 하나하나 들어보시더니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내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이번 경선에서 문 대통령 캠프에 잠시 머물다가 안희정 후보 캠프로 옮겨 총괄실장으로 경선을 지휘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외곽에서 선대위 메시지 특보로 활약했다. 윤 전 대변인은 대선일 직전인 지난 8일 오전 여의도 당사 2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 경부선 (부산-대구-청주-서울) 유세에 앞서 발표한 TV연설문을 묵묵히 들었다. 이 역시 윤 전 대변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윤 전 대변인이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또한 자리에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지만 취임선서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신임이 확인된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쳤기에 일각에서는 내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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