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달 31일 국방부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반입 사실을 고의로 누락해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8일 오찬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사드 4기 추가 반입사실을 물었으나, 한 장관이 "모른다"며 사실관계를 숨겼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어제 국방부 정책실장 등 군 관계자 수명을 불러 보고 누락과정을 집중조사한 결과 실무자가 당초 작성한 초안에는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이라는 문구가 명기되어 있었으나 수차례 강독 과정에서 문구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보고서 삭제 사실은 청와대서 조사받은 국방부 정책실장 등이 모두 인정하고 있다.
윤 수석은 "최종적으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출된 보고서에는 6기, 캠프명, 4기 추가배치 등 문구 모두가 삭제됐고 두루뭉술하게 '한국에 전개됐다'는 취지로만 기재됐다"고 재차 설명했다.
청와대는 사드 4기 추가반입에 대해 뒤늦게 인지하게 된 과정도 상세하게 공개했다.
윤 수석은 "지난 26일 안보실장이 국방부 정책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나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었고,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이 보고자 중에 한 명을 따로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세부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중 사드 4기의 추가배치 사실을 최초로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상철 1차장은 다음 날인 27일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보고했고,정 실장은 28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오찬하면서 "사드 4기가 추가로 들어왔다면서요"라고 물었으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다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 실장은 29일 사드 관련 내용을 담은 새로운 보고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문 대통령은 30일 한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4기 추가반입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배치가 국민도 모른 채 진행됐고, 새 정부가 들어서 한미 정상회담 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임에도 국방부가 이런 내용을 의도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보고서 누락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정 실장과)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관점이나 뉘앙스 차이가 있다고 생각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이 사드 관련해 어느 쪽으로 질문했더라도 한 장관이 방어적으로 나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명확히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보고서에서 누락된 경위에 대해서는 "제가 지시한 일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다"며 "실무자들은 표현 속에 포함됐다고 봐서 숫자 표기를 안 했다는 것(으로 본다)"이라고
이번 사드 논란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첫 반응을 보였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사드 시스템의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계속 매우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배치 과정 내내 한 모든 조치가 매우 투명했다"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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