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8월 결산국회 일정에 합의했지만 국감을 언제 열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감을 되도록 일찍 열어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들춰내겠다는 여당과 국감 시기를 늦춰 문재인 정부 정책검증을 이슈화하려는 야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원내교섭단체 4당은 결산 심의를 위한 8월 국회 일정에 합의했지만, 9월 정기국회 돌입 이후 국정감사 일정에 대해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집권 초반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8월 결산 처리와 9월 중 국감, 이후 12월까지 이어지는 예산 정국에서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을 핵심 이슈로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반면 야권은 국감을 되도록 늦추고 초점을 박 전 대통령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동시키려 하고 있다. 국감을 문재인 정부 초반 정책에 대한 검증의 계기로 삼고, 예산 편성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전 정부에 대한 국감이어서 여당이 공격수이고 야당이 수비수인 입장이라 시기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다"며 "여당 입장에서는 국감을 빨리 진행해 전 정권의 적폐 파헤치기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기가 늦어져 그 사이에 현 정부의 실정을 하기라도 한다면 적폐청산 이슈에서 다른 이슈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국감을) 빨리할수록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추석 전까지 국감을 마치고 10월 이후에는 예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는 12월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해아하는데 국감을 추석 이후에 한다면 예산안을 논의할 시간이 없다는 논리다. 실제 여야 원내 지도부 간 회동에서 정세균 의장도 예산안을 충분히 들여다보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계, 부동산, 탈(脫)원전 등의 정책들이 이번 국감부터 다뤄져야 한다며 시점을 뒤로 미루고 있다. '추석 후 국감' 문제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동철 국민의당,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4일 여야 회동 전 별도의 회동을 갖고 '9월 국감 불가론'을 정리한 뒤 협상에 들어왔다.
김 원내대표는 "9월 국정감사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며 "국무위원이 모두 임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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