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를 납치한 테러범들이 그대로 빌딩으로 돌진했고, 거대한 폭음과 함께 불꽃과 연기가 솟구칩니다.
잠시 뒤 또 다른 항공기 한 대가 나머지 빌딩을 강타합니다.
자본주의 상징으로 불렸던 세계무역센터는 그렇게 맥없이 주저앉았고, 현장은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과 흙먼지를 뒤집어쓴 사람들의 비명으로 아비규환 그 자체였습니다.
<현장음>
그로부터 12년 뒤.
이번에는 미국 독립과 자유의 상징인 보스턴에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테러범은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노렸습니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놀란 사람들은 정신없이 도망쳤습니다.
<현장음>
▶ 인터뷰 : 목격자
- "사람들은 정신없이 뒤엉켜 달리기 시작했고 저도 최대한 빨리 도망쳤습니다."
▶ 인터뷰 : 에머 라자비 / 마라톤 참가자
- "온통 연기에 휩싸였고 정말 끔찍했고 충격이었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인터뷰 : 벨마스 / 매사추세츠병원 외과의
- "8명은 다른 부상자보다 심각한 상황이고 폭탄에 너무 심한 손상을 입어 절단 등 중요한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손과 발이 잘려나간 사람들의 비명이 아직도 들리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8살 아이를 비롯해 3명이 사망했고, 180여 명이 다쳤습니다.
아직 누가 테러를 저질렀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테러에 사용된 것은 압력밥솥입니다.
이 압력솥폭탄의 제조법은 국제테러단체 알 카에다가 발행하는 잡지 '인스파이어'에 3년 전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이번 보스턴 테러 역시 9.11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 소행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 당국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오바마 / 미국 대통령
- "이번 일은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행위입니다. FBI가이번 테러 행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수사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꼭 밝혀낼 것이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보스턴 테러가 미국에 반대하는 외부 세력의 소행인지, 아니면 내부의 자생테러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9.11테러나 이번 보스턴 테러처럼 테러리스트들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테러 대상으로 삼습니다.
'검은 9월 사건'으로 불리는 1972년 뮌헨 올림픽도 마찬가지입니다.
테러단체인 검은 9월단이 11명의 이스라엘 올림픽 팀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테러 진압 미숙으로 이들 모두 살해된 사건입니다.
1996년에는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테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11명의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이 테러는 반 낙태와 반 동성결혼주의자인 미국인 테러범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스포츠 이벤트 외에 지하철이나 공공장소도 테러 대상이 되곤 합니다.
2004년 출퇴근으로 사람들이 몰린 스페인 마드리드 지하철 테러가 대표적입니다.
<현장음>
사망자만 190명, 부상자는 1,800명에 달했습니다.
9.11테러의 배후인 빈 라덴을 잡기 위한 미국의 아나콘다 작전이 실패하고 나서, 스페인이 미국을 지원하려고 이라크에 자국 군대를 파병한 것을 알 카에다가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무엇이 이유든, 무엇이 명분이든 평범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테러로부터 안전한가?
이런 테러가 정말 남의 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건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인터뷰 : 이선경 / 경기도 안양시
- "무섭죠. 무섭고 국민이 다치는 거니까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800만 명 이상이 한 도시에 모여 사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테러의 좋은 표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우리가 누군가와 원수지간이 아닌 다음에야 직접적인 테러의 대상이 되지는 않겠죠.
그러나 우리 역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에 파병한 적이 있고, 미국과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터라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은 북한이 전쟁을 운운할 정도로 긴장감이 높습니다.
<북한 주민 녹취>
▶ 인터뷰 : 김태준 / 한반도 안보문제연구소장
- "이전부터 북한의 테러 행위들이 있었고, 테러를 당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국내 테러 대비한 경계도 한층 강화된 게 사실입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는 산소호흡기와 소화기는 물론 폭발물 방호 세트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 장비가 우리의 안전을 모두 지켜줄 수는 없겠죠.
무인도가 아닌 다음에야 이 세상에 완벽하게 안전한 곳은 아마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운명이니 팔자려니 하면서 그냥 덤덤하게 하루하루 사는 수밖에 없는 걸까요?
나와 너는, 우리는, 나아가 정부와 국가는 갈등을 줄이고 적을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게
그나마 참극의 테러를 피하는 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