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항공사에 다니다 3살 연하남과 결혼한 정모(여·40)씨는 신혼 첫 날밤부터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했다. 결혼 과정에서 지출한 혼수 비용이 너무 과했다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울화통이 터진 나머지 신혼 첫 날밤에 메모지를 꺼내 계산할 정도였다고 한다. 정씨가 지출한 혼수비용은 대략 아파트 인테리어(7000만원), 남편 시계 등 예물(5000만원), 시어머니와 친척들 샤넬 가방(5000만원), 신혼여행(4000만원) 비용으로 총 2억1000만원을 지출했다.
15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억척녀'라는 소리를 들으며 모은 전재산을 몽땅 털어 넣었던 것이다.
시댁의 결혼 반대만 무마시키면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 생각은 매일 수면제를 복용해야만 잠을 이룰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금실 좋았던 부부관계도 시나브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결혼 6개월만에 별거를 고민 중이다.
혼수를 둘러싼 신랑 신부 양가(兩家)의 갈등은 여전히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로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남자쪽에서 체면 치례로 상대측에서 남들 만큼 해와야 한다는 의식이 갈등의 시초가 되곤한다. 결혼 뒤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혼수 문제까지 들춰내게 되면서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불러오기도 한다. 건전한 결혼문화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2년 이내 결혼식을 치른 결혼당사자 및 혼주 1000명(각 500명)을 대상으로 결혼지출 비용과 부담감 등 인식실태를 조사했다.
실제 결혼에 소요된 비용을 조사한 결과 주택마련 비용을 제외한 결혼식, 신혼여행 등 결혼 절차에 소요된 1인당 비용은 평균 5198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당 최소 비용은 334만원인데 비해 최고 비용은 3억3650만원으로 약 100배 정도 많아 결혼비용의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성별로는 남자가 5414만원, 여자가 4784만원이었다.
소득계층별로는 월 300만원 이하 소득가구의 결혼 평균비용이 4093만원, 월 800만원 이상은 7239만원으로 약 두 배에 달했다.
신혼 가구당 주택마련 비용은 주택구입 시 2억7200만원, 전세마련 시 1억5400만 원으로 나타나 조사 대상자 모두 거주지 마련에 큰 부담을 느꼈다.
예식비용은 1인당 최소 120만원부터 최고 1억1900만원으로 99배 정도 차이가 났다.
식장별로는 호텔이 2414만원으로 가장 비쌌으며, 일반 예식장은 1528만원, 공공시설 1441만원, 종교시설이 1418만원이었다.
이 같은 우리 사회의 결혼실태에 대해 응답자의 85%가 '결혼의 호화사치 풍조가 존재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배경으로는 '남만큼 호화로운 결혼식을 치러야 한다'는 의식 때문이 27.6%로 가장 많았고 '물질만능의 사회풍조 때문'이 24.6%, '사회지도층의 과시적 혼례'21.5%, '건전한 결혼모델 부재'때문이 17.4%로 나타났다.
사회지도층의 모범적 결혼 확산은 물론 작은 결혼식 모델개발 등 일반 소비자가 신뢰하고 따를 만한 신 결혼문화의 확산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또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 가능한 공공시설 결혼식에 대해 응답자의 77.3%가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식장 구하기가 어렵고'(20.5%), '계약에 없는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비용을 요구'(19.3%)'서비스 종사원이 불친절'(3.0%)하다는 불만이 전체 식장 평균치 보다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건전하고 검소한 결혼 추진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공공시설 결혼식'이 단순한 시설대여 차원이 아닌 진정한 결혼식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정책적 노력과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편 신혼부부의 45.4%가 결혼 관련 상품·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결혼대행업자나 예식장 사업자를 통해 알게 됐지만 이 정보를 신뢰할 만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64.7%에 불과했다.
오히려 가족·친구의 정보에 대해 92.7%가 신뢰할 만하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결혼관련 정보는 영리목적의 사업자 정보가 대부분이어서 중립적이고 신뢰성 있는 상품·서비스 비교정보는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고 사업자간 경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관계당국에 고비용·비생산적인 결혼 대신, 결혼 당사자 위주의 '간소하고 뜻 깊은 작은 결혼식'등 새로운 결혼모형을 개발 보급하는 한편 합리적 소비를 지원해 줄 '결혼 상품·서비스 비교정보 제공체계를 구축할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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