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노숙인이 병원의 거부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다 끝내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몰린 노숙인들의 현실,
박준우, 김근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청운동의 한 주민센터 앞.
최근 병원의 치료 거부로 숨진 노숙인 신 모 씨와 관련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새벽 신 씨는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상습 주취자란 이유로 경기도 안산의 병원 세 곳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5시간을 떠돈 끝에 결국 숨졌습니다.
"복지 강화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인간답게 살아보자!"
신 씨가 죽기 전날인 지난 2일, 또다른 노숙인 42살 박 모 씨가 병원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건설일용직 일을 하며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서 거주해 온 박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방세가 밀려 거리에 나앉았습니다.
호흡 곤란 증세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던 박 씨는 노숙인 진료소를 찾았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 인터뷰 : 노숙인 진료소 관계자
- "신분증도 없고, 주민번호를 잘 기억을 못 한다거나 불러주신 게 잘 안 맞는다든지 이름하고 주민번호가 안 맞아 본인 확인 자체가 안 됐기 때문에…."
며칠 뒤 119에 신고해 응급환자로 병원을 찾았지만, 폐기능이 거의 상실된 상태였습니다.
박 씨는 여섯달 동안 입원치료를 받다 결국 폐결핵으로 숨졌고, 20일이 지난 지금도 시신은 영안실에 안치돼 있습니다.
사회의 외면 속에 쓸쓸히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 영면에 들지 못한 겁니다.
▶ 스탠딩 : 박준우 / 기자
- "의료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은 이들 뿐만이 아닙니다.
시설이 아닌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 대다수는 의료비 지원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김근희 / 기자
-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형태로 노숙인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 까다로워 전체 노숙인 만 2천여 명 가운데 혜택을 받는 사람은 830여 명에 불과합니다."
노숙인 의료급여란 노숙인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정부에서 치료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기준이 까다롭습니다.
노숙인 시설에서 석 달 이상 노숙했다는 확인을 받아야 하고 신청도 시설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에겐 사실상 불가능한 셈입니다.
▶ 인터뷰 : 노숙인
- "뇌혈증이 있어서. 돈이 없잖아요. (시설에 안 간 이유는?) 모르는 사람하고 어울리는 게."
복지부는 현실적으로 거리 노숙인들까지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보건복지부 관계자
- "그런 것이 없으면 노숙인들이 그냥 있을 거 아니에요. 자활의 틀, 제도의 틀 안으로 들어오라고."
심지어 의료급여를 신청할 시설도 부족합니다.
▶ 인터뷰 : 이동현 / 홈리스 행동
- "경기도 같은 경우도 일시보호 시설도 없고 이런 곳이 대다수입니다. 자격이 된다 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진료시설이 전혀 없는."
미국 등 선진국에선 치료비를 주는 대신 일종의 노숙인 전용 주거시설을 치료시설로 운영하거나 무료 보험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들.
사회 무관심 속에 아파도 병원 문턱을 넘어보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근희입니다.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유용규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