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중동 사스’로 불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감염환자가 발생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양병국)는 지난 4~5월에 걸쳐 보름간 바레인에 체류하면서 농작물 재배 관련 일을 했던 68세 남자가 MERS 확진 판정을 받고 현재 치료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환자는 지난 4일 귀국할 당시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입국 7일 후 발열과 기침 증상이 발생해 병원 3곳에서 치료를 받았고 국립보건연구원으로 부터 20일 확진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는 MERS 일반적 감염 경로인 낙타 등 동물 접촉이나 호흡기 유사 증상을 갖는 환자와의 접촉은 없었다”며 “가족 중에 환자를 간병하는 부인에게서 경증 호흡기증상이 있어 확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 환자를 진료한 3개병원 의료진에서는 증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MERS는 조류나 포유류에서 코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중증호흡기 질환이다. 유럽질병통제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6월 발생해 그해 9월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3년동안 중동, 유럽등 23개국에서 총 1142명이 감염됐고 그중 645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약 56%인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짧게는 이틀, 길게는 14일 가량이며 38℃이상 고열, 기침, 호흡 곤란, 숨가뿜 등 호흡기 증상과 함께 심한 폐렴 증상, 급성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만큼 가급적 중동여행을 자제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해야 한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1960년대 중반 발견됐으며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와는 다르다. 사스는 원숭이, 고양이, 개 등 동물과 사람을 감염시키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만큼 사람간 전염이 쉽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 밖에서는 하루 밖에 생존하지 않으며 세정제나 청정제에 노출되면 쉽게 파괴된다”며 “MERS가 발생한지 3년 됐지만 감염자,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감염 속도도 빠르지 않다”고 말했다.
MERS 예방백신과 치료법은 아직 없다. 사람간 접촉이 확인된 만큼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과 악수 등 신체 접촉을 하지 말고 평소 손을 깨끗이 씻어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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