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부 생활과 기초생활수급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80대 할머니가 대학을 다니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딸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30여 년 간 모은 1000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아 감동을 주고 있다.
21일 부산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9시 한 80대 할머니가 작은 손가방을 들고 부산대 대학본관 발전기금재단 사무실에 들어섰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이웃의 부축을 받아 어렵게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손가방 속에서 자신의 유언장과 함께 구깃구깃 뭉텅이로 된 현금 1000만원을 내놓고서는 학생들의 장학금에 보태 써 달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은 알리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할머니가 30년 동안 1000만원을 모은 사연은 애처롭다. 올해 81세인 할머니는 남편을 일찍 잃고 딱히 친지도 없어서 외동딸 하나만 키우며 의지하고 살았다.
딸이 1980년 부산대 사범대에 합격하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다. 그러던 딸이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4학년 1학기(1984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금지옥엽 키워오던 외동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할머니는 딸을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살았다.
할머니는 딸이 못다 이루고 간 학업의 한을 대신 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한푼 두푼 돈을 모아 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1000만원을 모으기까지는 무려 30여 년이 걸렸다. 파출부 생활과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을 버텨야 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활비를 아껴가며 돈을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돈을 내놓으면서 “아직도 갑작스럽게 떠난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내 탓인 것만 같다”고 울먹였다고 대학 관계자는 전했다.
할머니는 또 “딸의 학업에 대한 한을 이제서야 풀어준 것 같아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액수가 너무 적어서 학교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할머니는 이날 기부금 1000만원과 함께 2년 전 손수 작성한 유언장을 컴퓨터 글씨체로 다시 써 달라고 부탁했다.
유언장에는 “(만약 내가) 고칠 수 없는 병이라면 아무런 의료조치도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그대로 가게 해 주세요. 집 전세금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내가 신세 진 동사무소 복지과에 기증하고 싶습니다.”라고
부산대 관계자는 “할머니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사은품과 여러 가지 예우를 하려 했으나 한사코 마다하고 ‘알리지 말아 달라’는 부탁만 되풀이했다”며 “애틋한 할머니의 마음과 나눔 정신이 알려져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귀감이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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