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경찰청 |
필리핀 50대 한국인 피살사건의 공조 수사를 위해 경찰 창설 이래 처음으로 현지에 파견된 우리 수사팀이 용의차량을 특정하는 등 사건 조기 해결을 위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21일 현지로 떠난 과학수사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팀 4명이 필리핀 경찰과의 4박6일 간 공조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날 새벽 귀국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 용의차량을 특정하고 ▲ 청부살해 가능성을 찾아내 자문하는 한편 ▲ 범행에 이용된 총기를 불법 사제품으로 확인하는 등 사건을 조기에 해결할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고 현지 경찰에 수사 방향을 조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CC(폐쇄회로)TV 분석 전문가인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김희정 행정관은 범행 장소 인근 CCTV가 밤에 찍힌 데다 화소가 20만∼40만 정도로 낮은 데도 영상 보정과 치밀한 분석을 통해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용의차량의 사진을 확보했습니다.
김 행정관은 또 라디에이터 그릴과 유리창 곡선, 범퍼 모양 등을 비교·분석해 정확한 차종까지 확인했습니다.
이에 수사팀 전원이 이틀 밤을 새우며 42시간 분량의 인근 고속도로 CCTV를 분석해 용의차량이 현장에서 4㎞ 떨어진 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하는 장면을 찾아냈습니다.
우리 경찰은 현재 화면 확대와 영상 보정을 통해 차량번호 확인 작업을 하고 있으며, 번호가 식별되면 필리핀 경찰에 제공할 방침입니다.
범죄분석 전문가인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이상경 경사는 유족·목격자와의 심층 면담과 이미 확보된 증거물 등을 통해 범행을 재구성하고, 용의자의 범행 전후 행동과 범행 현장 위치, 범행 시간 등을 낱낱이 분석했습니다.
필리핀 경찰은 애초 이번 사건이 단순 강도살인이라는 것에 무게를 뒀으나 우리 경찰은 계획적인 청부살인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확인, 현지 경찰에 이 부분도 수사할 수 있도록 조언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분석실장인 김동환 박사는 범행에 사용된 총기가 45구경 권총과 22구경 소총 등 2정인 점과 이들 총기가 제조되지 않은 '불법 사제품'임을 확인했습니다.
김 박사는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와 범인이 실수로 흘린 것으로 보이는 실탄을 분석, 이들 총알이 지난해와 올해 제조됐다는 점을 확인하고 구입처까지 찾아냈습니다.
김 박사는 아울러 범행현장 구조와 목격자 진술, 잔류 화약 검사 등을 토대로 탄피 위치를 추정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현장감식 전문가인 서울청 과학수사과 김진수 경위가 이미 필리핀 경찰의 1차 감식이 끝난 범행장소에서 45구경 권총 탄피 2개와 22구경 소총 실탄 1개를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김 경위는 특히 45구경 권총 탄피 2개가 피해자 몸에 맞은 것과 일치한다는 점과 탄피에서 용의자가 장갑을 끼고 있던 흔적까지 찾아냈습니다.
이와 함께 현지 '코리안데스크'에 파견된 서승환 경감은 우리 수사팀이 선진 과학수사 기법과 노하우로 추가 발견한 증거와 범죄 분석 내용을 모두 현지 수사본부에 전달해 수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필리핀 바탕가스 지방경찰청 차장은 "한국 경찰이 제공하는 어떤 정보라도 우리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 측 요청이 있으면 추가 파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이번 수사팀 파견으로 필리핀 내 한국인 대상 범죄자는 꼭 붙잡힌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나아가 강력범죄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