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수치심·모욕감 등으로 자살을 한 것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중학교 교사 A씨(사망 당시 47세)의 부인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유족보상금을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9월 자신이 일하던 경기도 한 중학교 화장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연초부터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맡은 게 극심한 스트레스 요인이었다.
2학년 학생들이 신입생들을 상습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사건으로, 가해학생 6명이 강제 전학을 가게 됐다. A씨는 자살 직전 “너무 조직적 폭력사건으로 몰아갔다. 강제전학은 심했다”며 주변에 업무 부담과 자괴감을 호소했다.
1·2심은 “도저히 감수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우울증에 기인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해학생, 피해학생, 학부모들로부터 원망과 질책을 받아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스승으로서 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정신적 자괴감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급격히 우울증세가 유발됐고 이 때문에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콘도업체 직원 B씨(사망 당시 41세)의 부인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B씨의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
B씨는 2008년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종전 관리직에서 객실부로 발령이 났다. 그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팀장 밑에서 객실의 청소상태 점검 등을 하며 “너는 어떻게 과장을 달았느냐”, “분양 한 건 해야하는 거 아니냐”라는 압박을 받았다.
2010년 8월에는 모퉁이 방을 배정했다는 이유로 손님에게 질책과 욕설을 들었고, B씨는 이튿날 자신이 관리하던 객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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