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산부인과에서 태어나죠.
그러나 고시원에서 태어날 뻔했던 아기가 있습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김수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똘똘하게 생긴 눈코입.
봄에 태어나 태명도 '봄이'라고 지었습니다.
낯선 얼굴에 울음을 터뜨리다가도 젖병을 물리자 금세 그칩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 뱃속에서 고생 많았어."
봄이 엄마는 이 상황이 마냥 고마울 따름입니다.
직업도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던 젊은 예비부부에게 산부인과는 하늘의 별따기.
하마터면 봄이는 고시원에서 태어날 뻔했습니다.
▶ 인터뷰 : 봄이 엄마
- "발견 안됐다면 그냥 거기(고시원)서(낳으려고 했나요)?"
- "네 아무래도 그랬을 것 같아요."
출산 예정일 불과 사흘 전, 주민센터 복지담당자가 고시원에 들렀다가 딱한 사연을 듣게 됩니다.
▶ 인터뷰 : 이학수 / 서울 강동구 길동 복지팀장
- "현장을 방문하다 보니까 (고시원) 원장으로부터 이러한 임신부가 있는데 어찌할 줄 모르겠다 이런 내용을 듣고 나서…."
강동구청은 일단 아이부터 거두기로 결정했습니다.
병원을 소수문하고 임시로 보금자리도 마련했습니다.
먼저 봄이 엄마부터 강동구민으로 전입시키고 복지재단을 연결했습니다.
소문을 들은 주민들은 스스로 나서 육아용품을 모아왔습니다.
키울 형편이 안 된다며 막막하기만 했던 봄이 아빠도 살아있는 세상의 인심에 새 출발을 다짐했습니다.
▶ 인터뷰 : 봄이 아빠
- "(열심히 일해서) 조그만 전셋집이라도 나가서 얻어 살다가…. 저도 도움 줄 수 있으면 다른 분들 도와주는 게 목표입니다."
MBN뉴스 김수형입니다.
영상취재 : 민진홍 VJ
영상편집 : 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