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운전으로 상대편 운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고를 내거나 이웃집 소음에 화가 난다며 불을 지르려던 범죄자가 경찰에 잡히는 사건이 최근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분노로 인한 보복운전, 방화, 묻지마폭행 등의 사회문제가 정신건강의학 측면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마음의 질병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17일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현대인의 분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안 교수는 "분노 폭발은 타인이 봤을 때 마치 욕심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 교수는 30대 여성 A씨가 돈을 벌려고 여동생 B씨의 집에서 한 살 된 딸을 돌봐주다가 분노를 폭발시킨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A씨는 어느 날 B씨가 청소를 해 놓지 않고 남편과 식사를 하러 나가자 심한 욕설과 함께 "청소까지 나한테 하라는 거냐. 네 딸을 돌봐주느라 내가 고생해서 임신도 안 되는 것을 모르느냐"고 소리를 쳤습니다. 이런 일은 이후에도 반복됐고 B씨가 말대꾸를 하면 A씨는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안 교수는 "실직과 임신 실패로 가족들로부터 소외된다고 믿고 있던 A씨는 우울과 불안감을 애써 억눌러왔다"며 "분노폭발은 A씨가 견디기 힘들어하던 감정을 해소시키는 도구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분노폭발이 폭행이나 강도, 방화, 연쇄살인 등 공격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안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안 교수는 "폭력적 행동은 재발이 잦기 때문에 사전에 정신과적 평가 후 약물, 심리상담, 인지 치료 등으로 반복되는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분노가 폭발해 일어난 사건을 단순히 범죄행위로 볼 것이 아니라 환자로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게 안 교수의 주장입니다.
안 교수는 "충동적 공격성을 보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계획적으로 준비해 감정을 해소하는 사람들은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을
그는 "공격적 행동을 정신과 진료실이 아니라 법무부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정신과적 질병은 유전적, 생물학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분노를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치료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