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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연합뉴스 |
화창한 식목일인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5번 출구 앞에는 나무가 아닌 '기억'을 심으려는 뜻 있는 한국과 일본, 독일인 3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기억은 일제강점기에 낯선 일본땅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다가 숨진 조선인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것입니다.
한국 측 ㈔평화디딤돌과 일본 측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곳곳에 조선인 강제노동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징물인 '평화디딤돌'을 설치했습니다.
희생자의 이름, 출신지, 사망연월일 등을 동판에 새긴 가로·세로 15㎝ 크기의 '평화디딤돌'은 희생자가 끌려가기 전에 살았던 고향 동네의 길바닥에 설치됐습니다.
평화디딤돌은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운경·김서경 부부가 제작했습니다.
1944년 9월1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탄광에서 강제노동하다 생을 다한 박점용(1905년생)씨는 72년 만에 꿈에 그리던 고향인 돈의동에 이름 석 자로 돌아왔습니다.
한·일·독 참가자들은 손을 모아 박씨의 기억이 담긴 동판을 길바닥에 설치했습니다. 사라졌던 박씨의 기억이 부활해 영원히 기억되도록 세 나라 민간인의 손길은 신중하고도 사려깊게 동판위에 모였습니다.
이 평화디딤돌은 독일의 '슈톨페슈타인'(Stolpersteine·걸림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독일인 조각가 군터 뎀니히(Gunter Deming)씨는 25년 전부터 나치에 끌려가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죽어간 희생자의 이름을 새긴 놋쇠 재질 걸림돌을 그들이 살았던 거주지 보도블록에 심었습니다. 지금까지 유럽 전역에 5만 6천여개를 심었습니다.
전쟁 희생 추모 조형물을 제작해온 일본 조각가 긴조 미노루(金城實)씨도 손을 보탰습니다. 긴조씨는 "현재 일본 사회를 보면
한·일 민간단체는 앞으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희생자의 본적지에 직접 찾아다니면서 평화디딤돌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