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올빼미’들의 설 곳이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처럼 아침형 인간은 부지런함과 성실함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고, 저녁형 인간은 게으른 사람들로 여겨졌다. 아침형 인간의 생산성이 더 높고, 똑똑하다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까지 쏟아지며 저녁형 인간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결국 올빼미들은 맞지도 않는 종달새의 탈을 쓰고 ‘아침형 인간’으로 생체 리듬을 바꿔야 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종달새족은 똑똑하고 성실하다’는 일반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올빼미족과 종달새족은 개인의 차이일 뿐,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올빼미족은 똑똑하다
런던정경대 사토시 가나자와 교수 연구팀이 1994~2002년 8년 동안 대학생 1만 2000여명을 상대로 수면 패턴과 IQ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올빼미족 학생들의 IQ와 성적 모두가 높게 나타났다.
사토시 가자나와 교수는 2009년 발표한 논문 ‘올빼미족이 더 똑똑하다’에서 지능이 높은 아이일수록 주중이나 주말 상관없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족 어른으로 자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올빼미족은 집중력이 강하다
2009년 벨기에 리에주 대학 필리프 페이그눅스 박사 연구팀은 아침형과 저녁형으로 구성된 실험 참가자들에게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를 하게 했다. 연구진들은 피실험자들이 과제를 하는 동안 기능성자기공명영상(MRI)로 뇌를 관찰했다.
그 결과 아침에는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수행 능력에 차이가 없었으나 저녁엔 수행 능력이 차이가 났다. 저녁형 인간은 아침형 인간보다 피로를 훨씬 덜 느꼈고 과제를 수행하는 속도가 빨랐다. 즉 저녁형 인간은 아침형 인간보다 더 오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빼미족은 창의적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세이크리드하트 가톨릭대 마리나 지암피에르토 교수 연구진이 남녀 각 120명씩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올빼미족이 아침형 인간보다 문제해결능력이 더 뛰어나고 창의적인 해결법을 제시했다.
지암피에르토 교수는 2007년 ‘성격과 개인차에 대한 연구’에서 “올빼미족은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든다는 일반적인 규칙을 깬 사람”이라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이런 성향은 기존 방식이 아닌 독특한 해결책을 찾아내게 한다”고 말했다.
◆올빼미족은 활발하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 연구팀은 각각 다른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피실험자 42명의 타액을 조사했다. 그 결과 오전 7시 21분 이전에 일어나는 사람들은 신체에 피로도를 주는 코티솔 호르몬 수치가 하루 종일 가장 높게 나타났다. 코티솔이 주로 오전에 분비되기 때문.
◆종달새족이 성공한다는 말은 미신이다
뇌과학자 러셀 포스터는 2013년 테드 강연에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해지고 부유해지며 현명해진다는 것은 미신”이라며 “더 많은 부를 가져다주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내 경험상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올빼미와 종달새는 유전이 결정한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바클레이 박사 연구팀이 63쌍의 일란성 쌍생아와 674쌍의 이란성 쌍생아를 대상으로 아침형·저녁형 수면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유전적 영향이 수면패턴의 52%를 결정했다.
인간과 유전자지도가 70% 이상 비슷한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만5000개 유전자 중 80여개가 수면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전자 ‘PER3’의 길이가 길면 아침형인간, 짧으면 저녁형인간이 될 확률이 높았다. ‘PER3’은 체내 단백질 생산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우리 몸에 시간을 알려주는 유전자다.
◆성공한 인물들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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