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오늘도 세심히 넥타이를 매줍니다. 그런데 왠지 넥타이가 더 조여오는 것 같습니다. 출근 채비를 서두르고 문득 아이들 방문을 열어봅니다. 아, 대학 등록금에 결혼까지…. 여전히 손길이 닿아야 할 곳이 많은 아이들을 보니 발걸음이 무겁네요. 애써 고개를 돌리고는 힘겹게 집을 나섰습니다. 잘 다녀오라며 미소 짓는 아내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더 활짝 웃음을 지었습니다.
회사에 도착하니 텅 빈 책상과 의자뿐.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옆에 있는 동료들과 대화도 나누고 땀 흘리며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님께서 잠깐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분은 커피를 뽑아주시며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회사 사정이 나빠져 희망퇴직을 하는 것이 이득일 것 같다"고 통보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집에 있을 아내와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아른거렸습니다. 사장님은 참 매정하게 자리를 뜨셨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정년도 안 채웠는데…. 퇴직을 해도 당장 돈 벌러 갈 곳도 없습니다. 결국 희망퇴직을 거부했고, 그날 이후 다들 외면하는 ‘나 홀로 출근’을 하게 됐습니다.
막상 자리에 앉으니 동료들의 눈초리에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정신적으로 괴롭지만, 가방 속 아이들 사진을 꺼내 보고는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라고 되뇌었습니다. 오늘도 태양이 모습을 감추고 또다시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터벅터벅 집에 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맑게 반기러 나옵니다. 아들이 한 마디를 하네요. "아빠, 어깨 좀 펴요. 이러다 굳겠네". 아들의 눈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참 가슴 아픈 사연이죠? 실제
갈수록 은퇴를 권하는 사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아버지의 어깨는 굳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희망은 언제 찾아올까요?
[MBN 뉴스센터 신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