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아래 1차 소비자는 2차 소비자에 먹히고, 2차 소비자는 그 위 최상위 포식자에게 먹히는 구조를 간단히 나타낸거죠. 동물의 세계에서 먹히는 동물의 수는 그것을 먹는 동물의 수보다 항상 많습니다. 이 피라미드를 구성하고 있는 한 줄이 크게 줄거나 늘어나면 피라미드의 안정적인 구조가 깨지게 되지요.
슬프지만 인간 세계에도 먹이 피라미드같이 다수의 구성원과 이들 위에 군림하는 절대 권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한민국 '검찰'입니다.
얼마 전, 이 조직의 맨 아래에 있는 2년 차 새내기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요. 33살이라는 한창 좋을 나이의 그가 생을 마감할 만큼 괴로웠던 건 상사의 폭언과 폭행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상사의 부당한 대우는 어느 조직에나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문제인거죠. 그는 왜 당해야만 했을까요?
검찰엔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전국의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함에 있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조직체로 활동한다'는 건데, 그래서 '군인을 명령으로 움직이고, 검사는 조직을 위해 움직인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검찰의 권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검사들은 한 몸으로 아주 단단히 응집돼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속에서는 윗 사람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아랫사람에게 몰지각한 행동을 해도, 조직이란 미명 하에 통용되고 묵인돼 왔죠.
영국의 철학자 로드 액튼 경은‘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습니다.
검찰이 절대 권력이라곤 할 수 없지만, 그에 못지않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에 앞서 검찰의 재량으로 죄를 판단하고, 영장청구부터 기소까지 모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 덕입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일본은 모든 수사권이 경찰에 있고, 미국은 검사장을 시민의 투표로 선출해 국민들이 직접 검찰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막강한 권한이 우리나라 검찰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표적 수사',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또 스스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구조적인 여건까지 조성돼 버렸습니다.
먹이 피라미드는 이를 구성하는 동물의 한 종류가 멸종하면 무너지게 됩니다.
이번 김 검사의 자살사건으로 사법연수원 동기생 700여 명이 집단 성명서를 제출했고, 대검에서 감찰도 하고 있지요.
검찰의 튼튼하고 완전해 보이는 피라미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검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피라미드는 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고, 결국 외부의 힘에 의해서 새롭게 쌓여질 것이라는 건 검찰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