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이 품종개량용으로 미국에서 들여온 가시박이가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수십, 수백년 된 아름드리 나무는 물론 어떤 식물도 말라죽게 만들만큼 무서운 번식력을 보이면서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건데요.
심우영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시원한 녹음이 우거진 대구 금호강변.
울창한 숲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외래종 가시박이 토종나무와 주변 식물을 휘감았습니다.
버드나무는 둘둘 감은 가시박 탓에 유령처럼 변했고, 산책로 주변 식물 모두 가시박이 집어삼켰습니다.
가시박은 햇빛을 차단해 건강한 나무도 2년이면 말라 죽습니다.
▶ 인터뷰 : 김복태 / 대구 비산동
- "사람이 가서 스쳐도 상처가 생기고. 외래종이라 보기에도 흉하고 다른 나무들이 거의 말라죽는 것 같아요."
낙동강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봇대에 전기줄, 심지어 절벽까지 가시박이 점령했습니다.
▶ 스탠딩 : 심우영 / 기자
- "지금 제가 있는 달성습지 역시 온통 가시박으로 뒤덮였는데요. 가시박 줄기를 한번 제거해 보겠습니다. 가시박 줄기가 있던 자리에는 보시는 것처럼 어떠한 식물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가시박 한 포기에 든 씨앗은 최대 2만 개, 비가 오면 씨앗이 강물을 타고 흘러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강영구 /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 북구지회장
- "가시박 길이가 (하루)40~50cm 길이가 자랍니다. 우리 (토종식물이) 살아나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치단체들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대구 달성군청 관계자
- " 자치예산으로 저희를 비롯해서 타 시군에서도 편성한 사례는 별로 없습니다."
공생을 거부하는 가시박,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놓은 사이 토종 생태계는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심우영입니다. [ simwy2@mbn.co.kr ]
영상취재 : 백재민 기자
영상편집 : ㅇ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