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라도 왔으면" 속 타들어가는 농심…가뭄 대책 시급
↑ 태풍/사진=연합뉴스 |
"하늘이 해결해주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폭염과 가뭄으로 밭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상당수 작물이 시들고 마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경북 안동시 서후면 대두서리에서 농사를 짓는 김상석(56)씨는 콩밭을 볼 때마다 마음이 타들어 갑니다.
폭염이 계속되는 데다 비가 오지 않아 콩밭 1만3천200㎡가 타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매일 양수기 4대를 동원해 콩밭 위에 있는 저수지에서 물을 퍼 밭에 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열하는 태양 아래 타들어 가는 콩을 살리기는 점점 어렵습니다.
이 마을 모든 농가가 같은 저수지에서 물을 퍼 올리고 있어 언제 말라버릴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이른 시일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할 지경입니다.
초록색이어야 할 콩잎은 노랗게 변했고, 아예 메말라 떨어져 버리는 위조(萎凋)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녹색을 띤 콩잎도 곧 시들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줄기도 말라 들어가고 있습니다.
꼬투리가 생기지 않는 포기도 생겼다. 포기에 따라 일찍 달린 꼬투리는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모 농사를 물려받아 2000년부터 콩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같은 날씨는 처음 봅니다.
파종할 때만 해도 김씨는 '대풍'을 기대했다. 폭염과 가뭄이 겹쳐 희망을 접었습니다.
해마다 4t 이상 수확했지만, 올해는 날씨 때문에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김씨 뿐 아니라 대두서리에서 농사를 짓는 60여농가 전부가 비슷한 수준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김씨는 "예전에는 태풍이라도 한 번씩 있었는데 올해는 없습니다. 하늘이 해결해주지 않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고 걱정했습니다.
안동시 풍산읍 수리에서 생강 농사를 짓는 권오학(61)씨도 폭염과 가뭄 피해를 보았습니다.
생강은 기온이 30도가 넘으면 생육이 더딥니다. 밭 1천320㎡에 심은 생강 뿌리는 생육을 거의 멈췄습니다.
생강 잎이 햇빛에 타들어 가는 일소피해도 생겼습니다.
땅 밖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 나오는 것도 줄었습니다. 생강은 큰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 나오면 그 아래에 다시 뿌리가 생깁니다. 그러나 가지가 나오지 않아 그 피해가 뿌리로 이어집니다. 생강은 뿌리에서 수확하기 때문에 작황은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권씨는 그나마 올해 생강 재배면적이 작아 날씨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지난해는 올해보다 면적이 10배인 밭에 생강을 심었으나 연작(連作·이어짓기)을 피하려고 줄여 손해를 덜었습니다.
권씨는 고온과 가뭄을 해결하지 못하면 올해 안동에 생강 수확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는 "엎친 데 덮친다더니 올해는 유례가 드문 폭염에다 가뭄까지 겹쳐 농민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생강뿐 아니라 땅콩, 마(산약), 우엉 등 뿌리 작물 전부에서 피해가 생길 것으로 안동시는 보고 있습니다.
농민은 뿌리 작물이 말라 들어가는 것을 보고도 어렵게 확보한 물을 낮에는 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햇볕이 워낙 뜨거워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때 데워지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 물 온도가 높아지면 뿌리에 데운 물을 붓는 것과 비슷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해가 지기 시작해야 물을 줄 수 있습니다.
안동시가 주요 작물 재배지에서 개략적으로 한 조사에도 폭염과 가뭄 피해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안동에서 발생한 밭작물 피해는 콩이 12㏊로 가장 넓습니다. 고추밭 10㏊, 생강 등 기타작물 4.5㏊에도 생장이 멈추거나 말라죽었습니다.
시는 이른 시일 안에 비가 오지 않으면 콩. 고추 등 50㏊ 농지에서 추가로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안동 생강 생산량은 전국의 21.2%, 고추 4.9%, 사과 14.8%를 차지합니다. 모두 생산량이 전국에서 1위입니다.
이 때문에 이 작물 생산량이 줄면 전국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
안동시는 조만간 폭염과 가뭄 피해 지역을 정밀 조사해 가뭄 피해 줄이기 대책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당분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없어 않아 현재 상황을 '재난수준'으로 인식해 예비비를 투입하는 등 가뭄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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