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뒷돈` 신영자 첫 재판…정운호 로비 진실공방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입점 청탁 대가로 뒷돈을 받는 등 ‘8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의 재판이 29일 본격 시작됐다. 앞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연일 눈물을 흘리고 흔들리는 심경을 내비쳤던 신 이사장은 전날 검찰의 추가 기소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자세로 재판장에 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진행된 이날 첫 정식 재판에서 신 이사장 측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기소)에게서 롯데면세점 매장 위치 변경과 관련된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신 이사장 측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박평순 네이처리퍼블릭 부사장(44)과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였다.
박 부사장은 재판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이 신 이사장에게 매장 위치를 옮겨달라고 청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컨설팅 업체 BNF통상과 이야기할 때 신 이사장 뜻이 내포돼 있다는 말을 들었고, 당연히 BNF통상이 신 이사장 회사라고 생각했다”며 “브로커 한 모씨를 통해 돈을 보낸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2013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평소 친분이 있던 군납브로커 한씨를 통해 정운호 전 대표에게서 “면세점 내 매장을 좋은 곳으로 옮겨주면 매출액의 3%를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좋은 자리로 옮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위치 변경의 대가로 약 6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신 이사장 측 변호인은 박 부사장에게 “(로비가 아니라) 사업성을 고려해도 롯데면세점 매장 위치를 바꿀 필요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컨설팅을 수행한 비엔에프(BNF)통상이 네이처리퍼블릭과 계약을 체결하고 받은 돈은 정상적인 용역의 대가 아니냐”고 반대신문을 펼쳤다.
녹색 수의 차림으로 이날 법정에 선 신 이사장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와 달리 고개만 살짝 숙인채 차분하게 재판에 귀 기울였다. 검찰이 바로 전날인 28일 신 이사장을 560억원대 탈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추가 기소했지만 크게 동요 없는 모습이었다.
신 이사장은 2007년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초밥집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로부터 롯데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 4곳의 수익금을 정기적으로 받는 등 약 14억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BNF통상에 자신의 세 딸을 등기임원으로 올려놓고, 급여명목으로 약 35억6000만원을 지급한 혐의도 있다.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