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하며 시위 중인 서울대 학생들이 개교기념식 행사에서 단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갔다. 동문을 비롯해 다수의 해외 귀빈까지 참석한 공식 행사에서 학생들이 난입하고 스승과 제자 간 고성이 오가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샀다.
14일 오전 11시께 본관을 점거중인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 개교 70주년 기념식’에 난입했다.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수상자의 수상 소감 발표가 끝난 직후였다. 이후 순서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축사를 위해 일어나자 식장에서 대기중이던 학생 20여명이 우르르 단상위로 올라갔다. 이들은 “성 총장이 답변하라”라고 외치며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에 대해 입장을 밝혀라”고 총장에게 즉답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당장 그만하라”며 제지하던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이날 행사에는 축사를 맡은 린 지엔화 중국 베이징대 총장을 비롯해 칭화대, 도쿄대, 대만국립대 등 18개 대학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식장에 참석한 해외 관계자들은 단상에 올라선 학생들이 ‘노(老)교수’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광경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소란이 이어지자 일부 관계자들은 자리를 피했다.
이를 지켜보던 황수익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가 “이 자리는 개교 70주년을 기념하는 목적”이라며 “식을 끝마친 다음에 학교측과 이야기를 하도록 하라”고 중재에 나섰지만 학생들은 “총장 답변을 들을 때까진 나가지 않겠다”고 버텼다. 일부 교수가 설득에 나섰지만 학생들은 단상 점거를 이어갔다.
학생들은 “총장님이 이자리에서 답변을 해주시고 앞으로 만나겠다고 확실히 약속을 해주면 나가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성 총장은 “특정 학년이나 학과 학생들이 시흥캠퍼스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약속한다”면서 “학생들을 포함해 학내 구성원, 서울대를 사랑하는 모든 분과 대화를 진행하겠으니 오늘은 돌아가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성 총장 발언이 끝나자 식장 내 다수 참석자들은 2분이 넘도록 박수를 쳤다. 단상을 점거한 학생들은 40여분만인 11시40분께 퇴장했다.
한편 서울대 학생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본부 총장실에서 특정 정치조직에 소속된 시흥캠퍼스 반대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며 ‘학생 사찰’ 의혹에 대해
본관 점거 3일째인지난 12일에는 성 총장이 학생들과 1시간여 대화에 나섰지만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 했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사업이 비민주적으로 추진됐고 대학의 기업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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