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01층 규모로 부산 해운대에 들어서는 ‘엘시티(LCT)’ 비리 사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부산은 물론 전국의 정관계 유력 인사들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대규모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어 정관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5일 부산지검은 엘시티 관련 수사 사건을 동부지청에서 넘겨받아 부산지검 특수부에 배당했다. 이에 따라 엘시티 수사팀은 기존 동부지청 검사 3명에다 부산지검 특수부 검사 4명을 추가했고 특수수사통인 임관혁 부산지검 특수부장이 엘시티 수사팀장이자 주임검사로 지정됐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진행하던 모든 사건수사는 다른 부서로 넘기고 엘시티 사건수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수사관을 포함하면 전체 인력은 30~40명 선이다.
확대 개편된 수사팀은 5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엘시티 시행사의 최고위 인사인 이영복 회장(66) 검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7월 21일 엘시티 시행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검찰은 시행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고 8월 초 이 회장에게 소환통보를 했지만 이 회장은 소환에 불응한 채 잠적해 두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앞서 이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출국 금지를 했으며 최근 경찰에 검거 협조를 요청했다. 검찰은 아직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씨를 붙잡기 위해 경찰과 협력해 공개 수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지난 8일 엘시티 자금담당 임원 박모 씨(53)를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금융기관을 속이는 수법으로 320억원을 대출받고 허위 직원의 임금을 준다는 명목으로 회삿돈 200억원을 빼돌려 비자금 520억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깊이 관여했으며 건설 인허가권을 가진 부산시는 물론 유력 정치인들에게도 로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엘시티 사건에 연관된 의혹을 받으며 실명이 거론되는 유력 정관계 인사들은 1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전직 부산시 최고위 인사가 가장 자주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유력 정치인과 청와대 고위 인사까지 이름이 나오고 있어 사실 관계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엘시티 사업은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특혜와 로비가 난무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을 바라보는 노른자위 땅에 교통 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도 불구하고 허가를 받은 것부터 2013년 법무부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이민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 등 수많은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가 다른 곳은 ‘지역 일대’를 선정하면서 부산 해운대의 경우 엘시티 건물 3개동만 허가한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엘시티 사업에는 비단 부산 지역 고위 인사들만 연루된 것이 아니라 정권의 고위직들까지 뒤를 봐주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열린 국회 법제사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산지역 모 전 국회의원을 거론하며 “검찰이 친이, 비박을 잡으려다 친박이 나와서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또 엘시티의 시행사에서 일한 모 간부가 MB정권과 가깝다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것은 이 회장이 그만큼 마당발이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어 정관계 고위 인사들도 별 문제 의식 없이 로비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1998년 ‘부산판 수서사건’으로 불리는 ‘다대·만덕지구 특혜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때도 이 회장은 2년여간 도피 생활을 하다 검찰에 붙잡혔지만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던 많은 정관계 인사들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때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장은 당시 사건 등의 여파로 채무가 상당해 건설 시행을 하기 어려운 처지로 알려졌지만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2조7000억 원 규모의 엘시티 건설 사업을 따냈다.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
[부산 = 박동민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