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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총궐기 10대 20대 참가자 대상 설문조사(총 523명) |
이날 시위현장에서 만난 1020세대는 최순실 게이트에 큰 허탈감을 드러내면서도 “대통령 하야까지 집회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경제·사회적 환경 탓에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한다는 의미에서 ‘삼포’ ‘오포’ 세대로까지 불리는 이들의 분노가 최순실 게이트로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신문이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10대와 20대 523명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설문조사 한 결과, 시위에 참가한 1020세대의 96.1%(503명)가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대규모 집회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10대가 98.1%(311명), 20대는93.3% (192명)였다. 평화적으로 시위를 하되 목표를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시위에 나선 1020세대는 국민적 분노에 대해 근본적인 책임이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비선실세’에 의해 좌우되는 국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의 대처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한 10대와 20대는무려 98.8%(517명)에 달했다. 검찰 수사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도 10대와 20대의 각각 90.9%(313명), 94.2%(204명)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국민을 가장 화나게 한 것’으로는 10대의 45.4%(144명), 20대의 56.8%(117명)가 ‘국민을 기만한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을 꼽았다. 특히 1020세대는 불공정한 사회에 대해 분노와 절망을 토로하고 있다. 같은 질문에 10대의 19.3%(61명), 20대의 23.3%(48명)가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이 권력을 이용해 얻은 사적이익과 불공정한 특혜’를 선택했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출결과 대입특혜 의혹 등이 입시를 준비하는 10대와,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20대 민심을 들끓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최순실 사태’를 바라보는 청년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이유로 ‘노력하면 된다’는 최소한의 희망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성신여대 4학년생인 차 모씨(23·여)는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허덕이고 있을 때 권력에 빌붙은 사람들은 호가호위하고 있는 현실에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져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 주 수능을 앞두고 집회에 나왔다는 율천고 김아람 학생은 “최순실 일가의 국정농단을 보면서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권력을 등에 업고 노력 없이 돈을 모으거나 쉽게 대학에 가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어 거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저현고 2학년 이모 군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지난주 학생의 날에 처음 집회에 나왔다”며 “누군가는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가고 불공정한 특혜를 누리는데 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 말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시위를 이어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부터 지방에서 상경한 인제대 학생 정 모씨(23·여)는 “시위에 한번도 안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나가는 사람은 없다”면서 “(대통령 퇴진)목표가 관철될 때까지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0대의 62.8%(199명), 20대의 48.1%(99명)가 12일 ‘생애 첫 집회’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100만명이 운집한 12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시위 현장을 ‘축제’로 만든 것은 10대와 20대였다. 이날 ‘청년 총궐기 집회’에 참가한 전국 40여개 대학생 4000여명은 북을 치고 가요를 따라 부르며 혜화역에서 서울광장으로 행진했다. 이를 지켜보는 거리의 시민들은 가던길을 멈추고 학생들의 구호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시민들도 있었다. 광화문과 탑골공원에 모인 1000여명의 10대 중고생들은 대중가요를 개사해 부르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매일경제 설문조사에서도 시위를 평화적으로 ‘즐기려는’ 1020세대의 성향이 포착됐다. 10대 응답자의 87.1%(276명), 20대의 70.4%(145명)가 시위가 비폭력적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비폭력시위를 지향하면서도 청와대까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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