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2013년입니다. 우리 군은 F-35A라는 전투기를 새로운 주력 전투기로 정했고, 40대를 7조 4천억 원에 사는 초대형 계약을 록히드마틴과 맺습니다.
큰 선물을 받은 록히드마틴도 뭔가 내놔야겠죠.
그래서 지금까지도 우리 군엔 없는 군사통신위성을 2018년 상반기까지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일종의 답례품 같은 겁니다.
문제는 록히드마틴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발생합니다. 애초보다 위성 값이 너무 비싸져서 못 해주겠다며 억지를 부린거죠. 그 사이 위성 도입은 1년 6개월이나 미뤄졌습니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일개 기업이 한 국가를 상대로 말을 바꾸는 이런 오만한 태도를 보였는데 우리 정부의 대응이 좀 이상합니다.
위성 도입이 지연된 것에 따른 손실 300억 원은 눈 감아줄테니, 애초 약속한 위성 제공 사업을 계속 진행하자고 한 겁니다.
우리 군은 위성을 갖는 게 숙원사업이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렇게라도 계약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적으로 이해는 갑니다. 위약금 2,300억 원을 받고 계약을 없던 일로 해버리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다시 군사통신위성을 도입하기 위해 또 다른 업체를 찾아야 하고, 결국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렇다 해도 우리 정부가 일개 기업한테 소위 '갑질'을 당한 듯한 이 찝찝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근본 원인을 따져볼까요?
우리의 계약 규정이 너무 순진했습니다. 기업이 계약을 파기해도 위약금이 전체 가격의 10% 밖에 안 되거든요. 한 번에 수 조원을 거래하는 록히드마틴은 '10% 쯤이야…'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슬프게도 우리 군이 록히드마틴에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3년엔 록히드마틴이 한국 정부가 F-35A를 구매할 경우 레이더 등 4가지 기술을 이전해 줄 것처럼 말한 것을 믿고 계약을 했지만, 정작 미국 정부가 이를 거절하는 바람에 기술이전은 커녕 굴욕만 당했었죠.
세계에서 4번째로 무기를 구매하는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모를 이런 계약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국에게 불합리한 계약 제도가 있다면 고칠 건 고쳐야 합니다. 같은 기업에 두 번이나 당한 걸 아무렇지도 않게 지켜볼 국민은 없을테니까요.
또한, 장기적으로 독자기술 개발도 해야 상처난 국민들의 자존심을 그나마 살려줄 수 있을겁니다.
'애들 기 죽이지 말라'고 하죠.
이제 그만 우리 국민들 기를 죽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