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8년 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 모습인데, 참석자 규모가 한눈에 봐도 비교가 되죠.
평소 과감하고 대담한 트럼프도 좀 민망했나 봅니다. 이튿날 열린 첫 브리핑에서 '오바마 때보다 많은, 역사상 최대의 인파가 몰린 취임식이었다'며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했죠.
곧바로 사실 확인에 나선 언론들은 사진으로 거짓을 증명했습니다.
더 우기기 그랬던지 백악관은 '거짓이 아니라 대안적 사실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국민에게는 거짓말로 들리고, 말하는 본인들은 팩트로 생각하는 '대안적 사실', 트럼프 정부는 시작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대안적 사실'이라는 용어는 안 썼지만, 비슷한 행태는 대한민국에도 참 많습니다.
한 번 볼까요.
지난해 6월 영남권 신공항 결정 당시, 정부는 후보지였던 부산도, 밀양도 아닌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는 지적이 바로 나왔죠. 그러자 청와대는 '대안적 사실'을 얘기합니다.
'공약 파기가 아니라 김해공항이 사실상 신공항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하라'고 했던 그는 '청년 실업을 몰라서 그런게 아니라, 자원봉사의 가치를 말한 것'이라고 둘러댔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있습니다. '군 복무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가 여론의 뭇매에 공약이 아니라 국방개혁의 방향을 말한 거라는 '대안적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관심을 끌기 위해, 자기 합리화를 위해 섣불리 말 했다가 수습 차원으로 한 '대안적 사실'은 '대안'과 '사실'이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결합해 결국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마지막기자회견에서 '왜 에볼라를 아직 퇴치하지 못했냐', '걸프는 왜 아직 수렁에 빠져 있냐' 기자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곧장 담당자를 찾아 다음 기자회견 때까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다며, 오히려 언론에 고마워했습니다. 거짓으로 에두르지 않고 진짜 실체를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었던 거죠.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으로 생겨 난 새로운 용어 '대안적 팩트'는 결국은 변명과 거짓말, 자기해석이란 뜻이었습니다.
국정농단의 피의자들과 대선 잠룡들의 입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이들이 또 어떤 '대안적 사실'로 국민을 설득하려고 할지, 기만하려고 할지, 우리가 미리 걱정하는 건 기우일까요, 아니면 이미 경험으로 학습을 한 탓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