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고 가족들을 만나는 명절을 뒤로한 채 거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역대급 한파 속에서도 천막을 지키는 농성자들이죠.
우종환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1,617일·474일·3,428일.
정유년 설이 밝았지만, 천막 농성자들에게는 설날을 잊고 산 세월을 보여주는 숫자들입니다.
서울 광화문역 역사 한쪽에 세워진 천막에서는 벌써 5번째 설을 맞은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에 차별을 주지 말라며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서명하고 가세요.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우 강추위를 버티지만, 이들은 설에도 자리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 인터뷰 : 문애린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 "하루빨리 저희도 농성장을 접고 싶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법을 빨리 없앨 수 있도록 저희가 열심히 알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거대한 빌딩 바로 아래 자리 잡은 작은 천막.
좁은 입구를 통과하자 직업병 사망 피해자 보상 촉구를 위해 농성 중인 시민들이 맞이해줍니다.
고향에 내려가지도, 가족들을 만날 수도 없는 아쉬움은 가슴 속에 묻어둡니다.
▶ 인터뷰 : 권영은 / 반올림 활동가
- "찾아가고 싶은 고향과 만나고 싶은 가족이 있지만, 삼성 직업병 문제가 올바로 해결되길 바라기 때문에 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국회 근처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천막에는 10년째 설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는 김영곤 씨 부부가 있습니다.
서 있기는커녕 다리 뻗고 누울 자리도 마땅치 않지만, 이들은 대학 시간강사 처우가 개선되는 날을 기다립니다.
▶ 인터뷰 : 김영곤 /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대표
- "(개정된 강사법이) 내년 시행 예정이거든요. 그런데 대학 측이 폐기하려 해서 설 때도 지키고 있습니다."
다음 설은 천막이 아닌 따뜻한 곳에서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하며 농성자들은 지금도 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MBN뉴스 우종환입니다. [ ugiza@mbn.co.kr ]
영상취재 :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