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 법'·'때리기 법'이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나 자녀를 때렸을 때, 뼈가 부러지거나 뇌진탕같이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경범죄로 쳐서 가볍게만 처벌한다는 겁니다. 멍이 들거나 피가 나도 말이죠.
초범은 57만 원 정도의 벌금이나 15일 구금, 최대 120시간의 사회봉사. 전과범도 벌금 77만 원에, 최대 3개월의 징역형이 다 입니다.
뭐 이런 나라가 있냐고요?
다름 아닌 '러시아' 입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가정폭력 처벌을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을 했거든요. 러시아에선 가족 간 학대로 40분마다 1명 꼴로 여성이 숨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러시아에선 가능한 이유, 바로 '경제' 입니다.
푸틴의 강한 리더십은 이미 정평이 나있죠.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로 러시아에 병합시킨 거나, 자국민을 보호한다며 조지아를 침공한 것 등 외교에 있어선 무조건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했습니다.
또 국내에선 자국의 철강기업 대표를 직접 불러다 임금체불을 해결하라고 호통을 치는 등 그야말로 사이다같은 통치력을 발휘했죠.
그 덕분인지 마이너스 성장만 하던 러시아 경제가 최근 급속도로 성장했고, 더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우호적인 제스처로 앞으로의 전망도 밝습니다.
당연히 보수세력은 푸틴을 옹호할 수 밖에 없고 국민의 지지율도 85%에 육박하고 있지요. 그를 모델로 한 달력이 매년 순식간에 완판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트롱맨의 시대'
오랜 경기 침체와 테러 등으로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불안이 커진 지금, 어쩌면 푸틴과 또 그를 존경한다는 트럼프와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한 게 현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리더십 뒤엔 이른바 '때리기 법' 같은 걸로 고통받는 이들이 또 있다는 걸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