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적장애·자폐증 등 발달장애 자녀를 둔 대다수 부모들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2일 서울시 보라매공원 내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감기 진료나 건강검진 등을 위해 동네 의료기관을 찾아도 대부분의 경우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된 진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아들이 생후 5개월 때 지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는 이 모씨(53·여)는 "아이가 두려움을 느끼기도 전에 의사 선생님이 되레 먼저 겁을 먹고 진찰을 꺼린다"며 "경제 형편만 되면 외국으로 이민이라도 싶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달장애인 통합적 복지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 본인이 원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병·의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부모의 비율이 7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으로는 자녀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가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34%로 가장 높았으며 "경제적 이유"가 14.2%로 뒤를 이었다. 치료를 전담하는 전문기관이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감기·충치 등 가벼운 질병조차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간단한 치과진료만 하더라고 지적장애·자폐성장애·뇌병변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경우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며 금속 진료기기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하다. 서울의 K치과 김 모 원장은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발치나 스케일링 등 간단한 진료를 할 때도 전신마취가 필요하지만 전신마취를 위한 전문 의료진 및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이 드물다"고 말했다. 설사 마취를 한다 하더라도 치과진료비 이외에 1회당 60~80만원에 이르는 전신마취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진료비 부담으로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서비스 부족과 경제적 궁핍 등이 겹쳐 병원 문턱이 너무 높다는 말이다.
2015년 기준 발달장애인은 21만855명으로 전체 장애인(249만408명)의 약 8.5%이다. 2011년 이후 전체 장애인 수가 매년 감소하는 데 비해 발달장애인은 약 7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 전국적으로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발달장애인 전문병원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 8월에도 보건복지부는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으로 한양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등 2곳을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20만명을 훌쩍 넘는 발달장애인 숫자를 감안하면 이런 병원에 대기 환자 숫자만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문병원의 숫자를 확대하는 게 어렵다면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주치의(단골의사) 제도라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평소에 지속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전담하는 주치의가 발달장애인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환자도 친숙함에 따라 치료거부 강도가 낮아 적절한 치료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복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채혈이나 주사, x-ray 등에 대해 두려움이 큰 발달장애인들에 대해 선진국에서는 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그림으로 진행과정 등을 미리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국이나 일본의 경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