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31일 오전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실린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2017.3.31 [사진공동취재단] |
400~500m 거리를 두고 세월호 뒤를 다른 배로 따라온 가족들은 항해 내내 숨죽인 채 두 손을 모았다.
"이젠 집에 가자 얘 들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마중이었다.
지난달 31일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가 동거차도 인근 해역을 오전 7시 출발해 목포신항에 오후 1시 도착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80일 만이자,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실려 수면 위로 완전히 올라온 지 엿새만이다.
당초 7시간30분으로 예상됐던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 길은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파고가 최고 1m 이내로 잠잠해 여섯 시간으로 단축됐다.
깊은 바닷 속에서 3년의 험난한 여정을 마친 아이들 아픔을 토닥거리듯 거칠기로 유명한 조류도 잔잔했다.
반잠수식 선박은 동거차도와 서거차도를 지나 오전 9시25분 가사도 해역에서 도선사 2명을 태웠다. 도선사들의 안내를 받아 평사도와 쉬미항 사이, 장산도와 임하도 사이를 차례로 통과하고 시하도 서쪽을 지난 뒤 달리도 남쪽해역을 거쳐 목포신항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 한시간 전 목포신항에서 약 8km 떨어진 해역부터는 예인선이 안내를 나갔다. 미수습 단원고 조은화 학생 어머니인 이금희씨는 "제일 무서웠던게 인양이 안되면 어쩌나 했던 것"이라며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얘기하겠지만 세월호에는 '당연'한 데 없는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며 눈물을 떨궜다.
닻을 내린 반잠수정에는 곧바로 수십명 인원이 투입돼 세월호와의 고정부분을 풀고 육상에 거치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완전 거치까지는 5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4월10일부터 선체방역과 세척, 안전도 조사등 본격적인 선체 기초조사를 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월호의 마지막 여정은 지난달 31일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부터 시작됐다. 오전 5시경 세월호를 경호할 여러 대의 해경 단속정이 어둠을 뚫고 반잠수정변을 바쁘게 맴돌기 시작했다. 굵은 빗방울에도 미수습자 가족들은 400~500m 밖에 있는 어업지도선 무궁화29호의 갑판에 나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한 장면 한 장면을 기록했다. 세월호를 보며 울먹이던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인 이금희씨를 고(故) 조세호군의 아버지인 제삼열씨가 다독이면서 "이젠 울지 맙시다. 아이들 집으로 돌아오는 기쁜 길이잖아요"라고 위로했다. 무궁화29호 선장인 김완제씨는 출발 직후 "반잠수정의 우현으로 계속가면 섬 위치와 조류상 위험할 수 있어 안전을 위해 어업지도선을 좌현쪽으로 이동시켰다"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가족들은 "3년을 기다렸는데 몇분·몇시간이 그리 중요하겠냐. 그저 안전하게 편안하게 지친 우리 아이들을 뭍으로 데려가 달라"며 선장에게 당부했다. 단원고 교사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는 "이제 서야 홀로 그 무섭고 어두운 바다에서 고생한 남편을 데리고 간다"며 "손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 머리카락 하나라도 그런거 다 찾아서 장례를 치뤄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가족들은 이날 배에서 TV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정과 구치소 이동장면도 생생히 지켜봤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저희들은 복잡한 정치는 잘 모르지만 아빠는 아빠답고 엄마는 엄마답고 사람은 사람답고 대통령은 대통령다운 게 세상의 기본이라 생각한다"며 "기본을 못 지킨 사람들이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낮 12시30분께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 신항이 보인다"며 들뜬 목소리를 냈다. 오전 내내 하늘을 가렸던 먹구름 뒤로 햇볕이 고개를 내밀었다.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도착할 때 되니 약속이나 한 듯 비가 멈췄다"며 "좋은 신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목포신항에 안착한 세월호 육상거치가 완료되면 상하이샐비지 인력들은 다시 진도 앞 세월호 인양현장으로 복귀한다. 이후 잠수사를 투입, 인양현장 주변에 설치한 유실방지 사각펜스(가로200m, 세로160m, 높이3m) 내 미수습자 및 유류품 등에 대한 정밀수색을 시작할 예정이다. 선체내부에 대한 조사와 인양현장 주변에 대한 조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그러나 세월호 선체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진통은 여전할 전망이다. 지난 29일 발족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도 이날 해수부에서 검토 중인 세월호 객실 절단·분리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31일 "(미수습자) 수습을 우선시해야 하고, 선체를 절단하다가 전기계통 등이 훼손될 수도 있다"며 "기본적으로 조사위는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본적으로 해수부가 코리아샐비지(선박 구난 전문회사)와 객실 직립방식으로 '계약'을 한 상태"라며 "계약서 등에 대한 검토가 된 것은 아니라 확정해 말하긴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조사위는 미수습자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구역에 드론을 투입, 수색자가 위험에 빠지지 않고 수색을 진행토록 하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세월호의 마지막 정착지인 목포 신항은 아침부터 경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태세를 갖추며 손님 맞이를 준비했다.
유가족들로 이뤄진 416가족협의회 20여명은 철재 울타리 바깥쪽에 여러 개의 대형텐트를 설치해 머물고 있다. 한 유가족은 "조사 기간이 몇달이 되든 간에 계속 이곳에 머물면서 조사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긴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는 세월호를 맞이하는 목포신항 주변엔 추모분위기가 고조됐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무를 컨테이너가 들어올 부지 인근 울타리에는 미수습자들을 추모하는 수십개의 노란 리본이 매달려 있었다. 항만 주변 도로와 목포 시내 일부 지역 전봇대마다
[진도·목포 = 유준호 기자 / 세종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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