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하신 스승찾기 ㅇㅇㅇ선생님은 연락처 등 개인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았음을 안내드립니다'
최근 취업에 성공한 박 모씨(28)는 졸업 후 십 수 년간 연락이 끊긴 중학교 담임 선생님 연락처를 수소문하기 위해 교육청의 '스승찾기' 서비스를 이용했다. 어려운 경제 사정과 친구관계 탓에 방황하던 그를 이끌어준 스승에게 번듯한 사회인이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박씨는 서비스 상담원에게 "꼭 좀 연락처를 찾아달라"며 출신 학교와 수업연도, 스승의 성함과 교과목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박씨는 스승이 연락처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짧은 문자 메시지만 받았다. 학창시절 스승에게 크게 잘못한 것은 없는지 한참을 고민하며 안타까움을 곱씹어야 했다.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각 시도 교육청에서 스승의 연락처를 제공하는 '스승찾기' 서비스 사용자가 늘고 있으나 정작 교사들은 연락처 공개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제자의 '보은'을 거부하는 것은 일부 불순한 의도의 '악질 제자'를 비롯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인해 사생활 노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경상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2만9299명의 등록 교원 중 약 38%인 1만1237명의 교원만이 '스승찾기' 서비스 정보 제공에 동의했다. 제자가 스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도 연락처 자체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 사정도 다르지 않다. 충청남도 교육청의 경우 지난 2013년 88%에 달했던 스승찾기 정보제공 동의 교원 비율이 매년 74%, 48%, 29%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23%까지 떨어졌다. 경상북도교육청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9%와 11%였던 정보공개 거부 비율이 14%(2만2967명 중 3203명, 지난 3월 기준)로 상승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스승의 연락처를 알아내 보험·건강식품 등 상품 구매 부탁 등 영업을 하거나 과거 스승에게 받은 훈계에 대해 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개인정보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교원들이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노출을 차단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남 사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는 "제자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동료 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정보제공을 거절했다"며 "졸업한 제자들의 연락을 반기지만은 않는 교사가 적지 않다"고 대답했다.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고로 교사들의 인식이 바뀐 것도 이유다. 예컨대 전화번호를 공개해 SNS등으로 연결될 경우,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트위터 등을 통해 개인의 가족사진이나 생활상 등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를 통해 과거에 악감정이 있는 제자들이 악성 댓글을 달거나 욕설이 담긴 메세지를 보내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공립 중학교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박 모 교사(24)는 "직장과 연락처를 모두 공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다"며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가 반갑기도 하지만 어색하고 불편해 공개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정보를 공개하는 비율도 감소하자 일부 교육청은 교사에게 직접 '스승찾기'를 희망하는 제자의 연락처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를 신청한 제자의 인적사항을 알려준 후 스승이 연락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제자가 콜센터에 스승찾기를 요청하면 담당부서에서 스승에게 직접 제자의 연락처를 전달한다.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