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충남 공주시 소재 금강 공주보에서 만난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와 함께 수문 밖의 물가로 향했다. 그는 두 손에 물을 한움큼 집어올리더니 얼굴을 훔치며 "아 시원해"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6월1일이면 저 수문에서 보의 물이 쏟아져 나오겠죠. 정부가 녹조 없애기 위해 현재 보의 20㎝가량 물을 흘려보낸다데 턱도 없는 얘기예요. 정부가 왜 과학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정치적 논리에 사로잡혀 보여주기식 행정에 힘을 쏟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됩니다."
정부가 수문 개방의 본래 목적이라고 밝혔던 '녹조 해소'와는 전혀 다른 행보라는 얘기다.
정 교수는 "20㎝는 딱 원봉양수장 등 공주보에서 물을 공급하는 3곳 양수장의 취수에만 문제가 없도록 한 조치"라며 "일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정부가 체면치레식 정책을 내놓는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그렇다면 정부가 하나만 보고 둘을 못 본 것이죠. 20㎝ 방류는 분명 양수장 취수구 높이를 조절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양이죠. 하지만 (수문을 개방해) 지금 수위를 유지하지 못하면 공주보 하류에서 백제보 사이에 있는 2000헥타아르(ha)규모의 농지에 대한 물공급은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2000ha는 여의도 면적의 7배 규모에 이른다.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녹조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되면서 가뭄 문제만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정교수는 "다음달까지는 모내기에 한창 농사철이고, 비소식은 다음달 중순께나 있는데···"라며 "정부의 보 수문 개방 방침은 농민들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내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정 교수는 4대강 보가 녹조의 주범이라는 정부 주장에 동의할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미국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오의 20% 가량이 녹조로 덮힌 적이 있어요. 녹조 원인은 가축 배설물, 가정의 하수 등에서 비롯된 질소와 인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는 "현재 우리 4대강에서 녹조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도 질소와 인 때문"이라며 "보에 물을 가둬놓다보니 유속이 감소해 녹조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질소와 인에 비하면 아주 작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지금처럼 풍부한 수량이 보의 수문 개방으로 확 줄어들 경우 녹조가 더 생길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정 교수와 기자는 금강을 따라 하류쪽으로 계속 걸었다. 2~3㎞가량 내려가니 곳곳에 도수로 공사를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예당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예당저수지에 공주보 물을 끌어오기 위한 28.3㎞구간의 도수로 공사 현장이다. 현재 공정률이 76%선이이서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있다. 정 교수는 "올해 극심한 봄가뭄으로 예당저수지 저수율도 예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주보 수문을 상시개방하면 공급할 물이 없이 이 공사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수문 개방에 반대하는 또다른 이유를 눈으로 보여주겠다며 공주보에서 4㎞ 떨어진 금강신관공원까지 동행하자고 제안했다. 공원에 도착한 그는 공원 반대편 숲 속에 자리잡은 공산성을 가리켰다.
"유네스코가 지난 2015년 공산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어요. 백제역사 유적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공산성 앞으로 흘러내리는 풍부한 물과 어루러진 아름다운 경관 때문입니다. 이 물이 다 공주보 줄기라고 보면 돼요."
정 교수는 "공주보를 개방하면 이곳은 예전처럼 작은 개울만 남게 된다"며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공산성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은 공산성 앞으로 흐르는 물이 아닌 모래 바닥만 보고 발길을 옮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문을 열면 지금의 아름다운 수변 경관이 훼손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곳에서 다시 40㎞가량 떨어진 백제보로 옮겼다. 정 교수는 "보령댐에 도수관을 통해 백제보 물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백제보의 수문 개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충남 서북부 지역의 가뭄 피해는 공주 등보다 더 심각하다"며 "백제보 개방은 꼭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동행지인 보령댐으로 향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보령권관리단의 협조를 받아 보령댐 한가운데까지 들어갔다. 그 곳에서 보령댐을 바라보며 정
[공주·부여·보령 = 홍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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