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나온 경기 남양주의 양계농가 마리농장에서는 직원 5명이 달걀을 수거해 쌓는 작업을 했다. 작업 방식은 평소와 같지만, 이번에 수거된 2만여 개의 달걀은 전량 폐기된다. 이번 전량 폐기는 살충제 달걀로 인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남양주시의 조치다.
양계장 관계자는 "매일 나오는 달걀을 언제까지 폐기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달걀을 수거하는 일이 벌을 받는 것처럼 참담하다"고 말했다.
진드기는 양계농가의 큰 골칫거리다. 야생 닭은 흙에 몸을 문지르거나 발로 몸에 흙을 뿌려 진드기를 제거한다. 하지만 복도식 시설의 좁은 케이지에서 갇혀 사는 산란계는 스스로 진드기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 살충제 달걀이 발견된 마리농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농장 전체 크기는 2500평 정도지만, 닭 한 마리에게는 몸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허용된다. 국내 대부분의 양계장이 이와 같은 시설에서 달걀을 생산한다. 양계장 관계자는 이런 여건상 진드기 살충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농장 관계자는 구매한 살충제를 양계장 구석에 일부 살포했고, 닭이나 달걀에는 직접 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닭과 달걀에 직접 약을 뿌리면 안 되고, 농약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 정도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금지 성분에 대해서는 수십 년간 들어본 적도 없다"며 "보통 양계장 업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토로했다.
한편,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양계장 인근 농가에도 긴장과 우려에 휩싸였다.
경기도 광주에서 6만마리 규모의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양계장주 A씨는 "달걀 출하가 어제부터 전면 중지됐다"며 "정부가 검사를 마치기로 한 17일까지 6일 치 달걀을 출하 못하게 돼 혹시 보관된 달걀이 상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 농가는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검출된 양계농가에서 수백 미터 떨어져 있다.
A씨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경기도를 뜻하는 08이 찍힌 달걀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퍼지고 있어 크게 걱정이 된다"며 염려했다. 안성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장주도 "AI의 직격타를 맞은 이후 신규
이날 정부는 전국의 산란계 사육농가 243곳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남양주, 경기 광주에 이어 철원과 양주 농가 2곳에서도 각각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제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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